-
-
천황과 도쿄대 2 - 현대 일본을 형성한 두 개의 중심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배웠던 세계사 속의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을 교과서가 아닌 다른 여느 책을 통해 접할 때가 상당히 많다. 특히 우리의 근현대사와 일본의 근현대사, 그 안에는 태평양 전쟁이 있다. 조선의 역사와 함께 가장 많이 다루는 태평양 전쟁사는 아직 진행 중이고,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 마루타 , 일본의 만행 등등, 그들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를 함께 접할 때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은 라디오를 통해 항복 없는 종전 선언을 했고, 우리는 그들의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제 시대 우리의 모습이 아닌 그들의 모습을 은밀히 들여다 보고 싶었다. 이 책은 일본의 그 당시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며, 1945년 이전의 일본 근현대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었다.
한주 전 천황과 도쿄대 1권을 읽었으며, 2권을 접하게 되었다. 1권에 비해 2권은 상대적으로 쉽게 읽혀졌다. 2권에는 태평양 전쟁을 주로 다루고 있었으며, 그 당시 도쿄대의 역할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저자는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이유와 그 이후 전개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며, 일본인들은 태평양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책에는 일본의 쿠테타, 2.26 사태와 5.15 사태가 자세히 나오는데, 우리의 세계사 교과서엔 일본의 주요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 1920년대~30년대 그때 일본 본토에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있었으며, 일본 도쿄제국대학의 법학와 경제학은 공산주의에 대해 어떤 시선을 보여줬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일본의 정치인들은 천황을 상징적인 존재라 말하고 있지만, 천황은 일본의 정체성이며, 가장 중요한 권력자였다. 천황의 가치와 이념에 반하거나 비판을 하는 일본학자들이 있다면 , 그들은 출세를 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사회에서 배척당하게 된다. 또한 우리에게 있어서 단군은 그냥 상징적인 존재에 머물러 있지만, 일본에게 있어서 천황은 신의 개념이며, 자신의 몸을 바쳐 받들어야 하는 또다른 존재였다.
파시즘, 나치즘, 전체주의, 국수주의.. 이것은 지금의 시선으론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엔 혁신적인 가치관이며, 이념이다. 그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되었으며, 일본의 파시즘의 실체를 이 책에서 흥미롭게 펼처 나가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태평양 전쟁에 대해 천황을 받들고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 공동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며, 아시아 전역을 재패하려는 그 이유는 바로 일본이 천황을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뿌리 속에 잔재하고 있는 천황의 가치는 충성과 도덕의 개념이며, 1945년 8월 15일 천황 히로히로의 목소리를 들은 일본인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그들은 천황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서 전쟁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전재하며,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천황의 종전 선언을 방해하기 위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맥아더 장군과 천황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만 기억하고 있을 뿐 그 당시 일본인이 보이려 했던 쿠데타에 대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건 그들에게 독특한 충격이었고 또다른 가치관 혼란을 부추기는 이유가 된다. 여기서 포츠담 선언 이후 천황을 내세워 종전을 매듭 지었던 맥아더 장군,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전쟁 막바지에 일억 옥쇄와 본토결전을 통해 항전을 하려는 일본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포츠담 선언으로 일본인들의 항전을 매듭짓기 위해서이다.
천황과 도쿄대 1권에서는 도쿄대학교 법학부와 의학부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다. 2권에는 법학부와 경제학부를 다룬다. 여기서 마르크스 주의자와 반 마르크스주의자의 타툼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서로 파벌을 형성하고 있으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들이 보여준 빨갱이 프레임은 천황을 비판하거나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이들을 파면이나 퇴진하도록 만드는 구실이 된다. 그건 그들의 작태가 지금 현재 우리들의 또다른 자화상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일본을 비난하면서 일본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모방한다.
태평양 전쟁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유하고 싶다. 두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1권은 한페이지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심으로 되어 있는 태평양 전쟁사를 일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그때 당시 대한제국의 상황과 일본 제국의 상황을 같이 비교할 수 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애국의 기치에 대해 좀더 고민하게 된다. 일본의 극우단체와 개인들이 보여줬던 행동들은 전쟁의 명분이 되었고, 일본 국민이 다 죽더라도 전쟁을 해야 한다는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들여다 보면서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교하게 되다.책에 등장하는 <신황정콩기> 가 일본 건국의 정신이 되었으며, 그것이 <대일본사> 로 연결되고 있다.
왜 일본인은 그렇게까지 천황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려고 하는가? 그 배경에 히라이즈미 사상과 그 절대적 영향력이 있었다고 다케시타는 말한다. 하지만 히라이즈미가 주장한 것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면 다케시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히라이즈미 사상의 정수는 "일본정신의 극치는 '충' 이라는 한 글자로 귀착한다"는 것, 일본인에게 충의의 대상은 천황 한 사람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 궁극적 표현은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P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