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말통
김다은 지음 / 상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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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어가면서 사람들마다 쓰는 언어가 다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쓰는 언어가 10대 청소년이 쓰는 언어가 다르다는 걸 최근 보게 된 예능 프로그램 <용띠 클럽>을 통해서다. 다섯 사람의 용띠 연예인들이 쓰는 보편적인 언어가 바로 내가 쓰는 언어였으며, 그들의 삶과 경험이 온전히 이해가 갔다. 지금 아이들은 체험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교련이라던지, 학력고사, 국민교육헌장 등등 다양한 듯 보여지면서 미세하게 우리 사회에는 서로 다르게 쓰여지는 언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어쩌면 청소년 소설 <소통 말통> 의 등장인물 중에서 주인공 문복과 문복의 아버지, 그리고 담임 선생님 사이에 쓰여지는 언어의 한계가 소설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의 생각과 교차되어서,나 자신의 생각은 어떤지, 나는 문복의 상황이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상상하였다.


문복은 중헉교 2학년 4반 아이다. 학교에서 일어난 다양한 상황들 , 문복의 선생님이 지씨라서 '지X공'이라 부르는데, 그것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고 말았다. 아버지와 대화 과정에서 문복은 문명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선생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버지의 감정을 자극시켰으며,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불편함과 억울함이 숨어 있다. 문복이 향한 화살표는 분명 담임 선생님이었다. 문복의 아버지는 그것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에 문복에게 가장으로서 또다른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보여지지 않는 소통의 부재는 대화가 사라지는 것 뿐 아니라 또다른 형태의 폭력이나 잔소리로 이어진다는 걸 이 소설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그렇게 2학년 1반이 선택한 이름 '소통' 과 2학년 4반이 선택한 이름' 말통' 반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학교 연극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으며, 왜 우리가 소통을 강조하고 , 인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 그건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과 감정의 문제였다. 서로가 좋은 감정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이 많다면 소통은 원활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멀어질 수록 소통은 불가능해지고, 서로가 상처를 받는 또다른 이유로 나타나고 있다. 연극에서 나오는 아버지의 유언과 그 안에서 그들의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낙타 분배에서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으며,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선 언어의 선택 문제와 함께 서로를 믿고 이해하는 과정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문복이가 잘못한 점은 있지만요, 그래도, 아빠. 폭력은 좀 심하셨던 것 같아요. 지랄하고 자빠져의 사건이 어떻게 된 것인지, 제가 아버지에게도 제대로 알려드렸잖아요. 잘못 들으시고 손지검을 하신 아빠는 멋지지 않아요. 아빠는 항상 저의 이상형이었어요, 남자답게 서로 잘못한 것은 인정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늘 아빠가 우리를 위해 이렇게 차려 입으니까 너무 멋져요. 우리 건배해요."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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