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의 자유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새로운 세상
양쭝한 지음, 김진아 옮김 / 새로운제안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2017년 올해 마지막 읽게 된 책이다. 1340번째 마주한 책, 주변 사람들은 지금 한해를 마무리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나는 12월의 마지막 날을 가장 조용히 보내고 싶었다. 그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평소와 다름 없는 삶,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만족하면서 살아가는게 언제부터인가 힘들어져 가고 있다. 과거에는 그런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지금은 나와 남을 비교하고, 경쟁하고 협력하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 검소하게 사는 것이 이젠 뭔가 문제가 되어 가고 있으며, 경제와 돈을 우선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농업 사회에서 소비 사회를 지향하면서 우리 삶은 윤택해진 반면 가친관의 변화로 인해 또다른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쓰레기가 가득하게 되고, 멀쩡한 것을 버리는 사회가 되면서,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타이완에 사는 양쭝한의 <공짜의 자유> 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삶의 자세를 보면서 반성하였다.


저자 양쭝한 씨는 타이완 출신이다. 유럽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들어오면서 기숙사에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리고 말았앗다. 그가 선택한 또다른 길은 그 나라의 빈집 거주 공간이자 공동체라 할 수 있는 , 클라오니카 klanoica 에 거주하면서 대학교에 다니게 된다. 저자는 클라오니카를 크로아티아 말로 도살장이라 부르고 있으며, 그곳은 엄연히 불법인 공간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 우리 삶의 현주소를 집어 나간다. 즉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가 정녕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인지, 또다른 삶을 추구할 수 없는지 되돌아 보게 하며, 우리의 변질된 새로운 가치관의 문제점을 짚어 나가고 있다. 


저자의 생각을 보면 그가 살고 있는 타이완과 대한민국이 거의 흡사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도 타이완과 대한민국은 경제구조에 있어서 비슷하며, 문화라던지, 생활습관, 가치관도 어느 정도 중복되고 있다. 그들이 한류를 지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우리가 중국과 국교를 하면서 타이완과 국교 단절을 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와 상당히 밀접하고 민간 교류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타이완인들의 소비 패턴을 보면 무언가 뜨끔하게 된다.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우리의 생활 패턴이 언제부터인가 거대한 마트에서 물건을 사게 되면서 우리의 가치관은 바뀌고 있다. 신선한 물건을 고르는 습성을 지향하고 있으며,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제품은 선택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낭비가 되고, 재활용되지 않은채 쓰레기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지고 말아 버린다. 이런 현실은 타이완이나 우리나 별반 다르지 않다. 마트에서 물건을 까다롭게 고르고, 물건의 품질을 먼저 보고 선택하는 게 아닌 눈에 예쁜것, 깨끗하고 깔끔해 보이는 것을 추구하면서 , 그들의 마케팅 방법도 바뀌고 말았다. 


이런 소비 패턴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나면서 생기게 되는 부차적인 과정이다. 언론은 우리에게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주고 있으며, 소비자의 취사 선택을 강요한다. 이기적인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으며, 재활용하지 않고 새로 물건을 사는게 더 이익이 된다는 왜곡된 가치관을 주입시키고 있다. 그런 것을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고장나면 그것을 고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바꾸는 것, 자전거가 고장나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습은 30년전 우리의 과거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좋은 물건을 오래 쓰고 고치고 수리하는 게 당연했던 과거의 가치관은 언젠가 잊혀져 버렸으며, 아끼고 나누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풍토는 사라지게 된다. 저자는 그런 우리의 잊혀진 경제관념을 다시 살리자고 말한다. 무상으로 쓰고, 내가 가진 걸 필요한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 서로가 교환하고, 소유에서의 집착에 벗어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물질적인 소유에서 벗어날 수 있다.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도살장의 사람들을 떠돌이에다가 생산적인 일이라곤 전혀 하지 않는 불법거주자로만 분류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이 곳에서 평소에 하고 있는 수고는, 내 시선에서 보면 일반적인 출퇴근족에 비해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그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어 열심히 일하면서, 버려진 지 여러 해가 된 공장을 새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페인트칠, 미장, 파이프라인 작업을 하고 급수탑 연결을 하며, 몇 시간씩 걸려서 목재를 수집하고, 장작을 패고, 불을 피워 밥을 한다. 버려진 가구를 주워 와서 소중히 쓰고,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이용할 방법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p52)


넌 내가 무료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기보다는 내가 번 돈이 결국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들어있으며 나를 위해 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가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다가 정말로 돈이 필요할 때면 누군가의 주머니가 나를 위해 열릴 수도 있잖아. 하하!" 나는 그의 순진한 논리에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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