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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흐르는 시
전가람 지음 / 가을하늘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2007년 4월!!!
운명의 날이 왔다.
야산에 핀 진달래가 수줍게 웃고,거리마다 만개한 벚꽃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붙들었다. 그렇게 그 해 4월의 봄은 시작되었다.
맑은 하늘이 고와서 안양중앙공원에 잠시 누워 하늘을 보았다. 겨울의 한기를 막 걷어낸 햇살이 공원의 평화로운 오후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데,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한 아가씨를 보았다. 불현 듯 천사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미친 듯이 자전거 뒤를 쫒아가고 있었다.
가슴은 쉴사이 없이 쿵쾅대고 가슴 깊숙히 내재되어 있던 사람은 폭발음을 내며 뛰쳐 나왔다. 그렇게 우리 아내를 공원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 날 지금의 아내에게
첫 데이트를 신청했다가 보기 좋게 차였다. (p57)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시를 만나게 되었다. 시인 전가람씨와 16살 차이나는 아내 백혜정씨의 인생이야기가 시를 통해서 전해져 온다. 시를 보면 전가람씨의 인생이 보이고, 그의 인생을 보면 우리네 인생과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의 삶은 나의 삶이 되고, 그의 삶이 나의 삶과 일지할 때 우리는 웃었다 울았다 하기 마련이다. 학창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은사님, 이젠 그들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만큼 많이 싸웠던 날도 없었던 것 같다.지금은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라 하지만, 나의 학창 시절의 어른들의 시선에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게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기에서 학생이 되고, 학생은 성인이 되어 간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가는 것이련만, 그 것이 대로는 슬플 때가 있다. 태어나는데 순서가 정해져도 죽을 땐 순서가 정해지지 않는다 말하였던가, 나보다 먼저 간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 나와 무관한 듯 보여도 그렇지 않다. 삶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지고, 먼저 떠나간 그 사람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잠기게 된다. 나와 거리가 먼 사람은 그 나름대로 상처를 받고, 가까우면 가까운 사람들을 보면서 더 상처를 받게 된다.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조심스러워 하고 , 때로는 감사함을 느끼며 사는 건 내 앞에 놓여진 죽음을 종종 마주하기 때문은 아닐런지, 시인 전가람씨의 시를 보면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태람이 ,설이, 가을이,하늘이, 네 남매의 아빠이면서 백혜정의 남편이며, 막내딸을 준 장인 어른에 대한 감사함과 애틋함이 묻어난다. 때로는 띠동갑 제자의 죽음과 마주해야 하는 또다른 스승의 자화상이 느껴지고, 결혼식 앞에서 무게잡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게 된다. 시인 전가람씨의 본업은 시인이 아니다. 본업은 학원 강사이다. 안양평촌 가람 sky수학강사이며, 스타강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유명함 뒤에 감춰진 그의 순수함과 인생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