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 - 바로크 음악의 걸작을 따라서 떠나는 여행
에릭 시블린 지음, 정지현 옮김, 장혜리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삶을 되돌아보면 항상 곁에 있는데도 느끼지 못하는게 있다. 공기와 물 그리고 집이다. 이 세가지가 사라진 상태에서 불편함과 아쉬움을 느껴질 때 그 존재와 가치, 의미를 찾게 된다. 300년전 살았던 위대한 음악가 바흐도 마찬가지다. 그가 남겨놓은 음악들은 우리 삶 곳곳에 파고 들어가면서 느끼지 못하고 지낸다. 여기서 저널리스트이자 영화제작자인 에릭 시블린은 바흐가 남겨놓은 악보들 중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원본 악보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관심 가지게 된다. 그의 사후 250년이 되는 2000년, 그때까지 <무반주 첼로 악보곡>의 원본 악보만 존재하지 않았고, 그의 음악을 대중화한 파블로 카잘스의 삶을 따라가 보게 된다. 그리곤 그는 분명 원본 악보가 나타나 소더비 경매장에 주인공으로 나올 거라 생각하는 듯 하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 6곡을 연주하는 것은 연주자에게나 감상자에게나 최면을 일으키는 결험이다. 수년 전 전곡을 연주할 때 6번의 끝부분에 가까워지면서 무중력과 감사함이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p329)


이 책에서 바흐의 삶과 마주하였다. 그의 이름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이며, 20명의 아이를 안나 막달레나를 통해 얻었다. 그중 성인으로 성장한 것은 몇명이 되지 않았다. 여기사 바흐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음악가 헨델이 있다. 헨델은 생전에 음악가로서 널리 알려졌지만, 바흐는 그렇지 않았다. 독일에 살았던 바흐는 여러 제후들이 존재하는 합스브르크 왕가의 궁정음악가였다. 가정적이면서 루터교를 신봉했던 바흐의 삶은 그의 가족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의 부모님도 음악가였고, 바흐는 그 영향을 온전히 받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그의 20명의 자녀중 첫째 아들 프리드먼과 세째 아들 고트브리트 베른 하르트는 교회의 오르가니스트였다. 세인트 소피아 교회에서의 바흐의 연주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 당시 남아있는 드레스덴 신문의 짤막한 기사는 바흐가 살았던 그 때의 모습을 재현하게 된다.


여기서 시대를 거슬러 바흐의 음악을 추구하는 파블로 카잘스가 나타났다. 그는 독일 제국주의 시대를 온전히 살았던 음악가이며, 첼로와 지휘를 하게 된다. 히틀러가 집권하게 되고, 스페인의 전쟁으로 인해 국내 사정이 어지러웠던 그 당시의 모습들, 카잘스는 국내를 떠나 프랑스와 미국으로 전전하게 된다. 그에게 주어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바흐의 서명이 담겨진 원본 악보가 아닌 바흐의 아내 안나 막달레나가 필사한 악보였다. 그 악보이 외엔 지금 현존하지 않으며, 카잘스는 그 악보를 활용해 바흐의 음악 세계를 재현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흐의 음악세계를 대중들이 관심 가지게 되는 또다른 변화를 야기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 참 흥미로웠다. 저자는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을 교차하여 소개한다. 분명 음악에 관한 책인데, 유럽의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음악이 가지는 힘, 바흐의 음악이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히트러와 바흐의 음악의 연결고리 그 자체이다. 바흐의 생애와 함께 파블로 카잘리의 생애를 같이 마주할 수 있어서, 바흐를 좋아하는 매니아층에겐 이 책이 참 반가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첼로 거장의 활은 마치 묵직한 실크 같고 비브라토는 마치 젊은 남자의 목에서 흘러나오듯 강하고 빨랐다. 카잘스의 연주는 평생 테크닉에 헌신하면서 최근 몇년의 슬픈 은둔생활로 더욱 풍성해지고 기쁨을 위해 다시 한 번 자유로워진 삶의 정점이었다."(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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