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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 나답게 살기 위해 일과 거리두기
이즈미야 간지 지음, 김윤경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2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 책 제목만 보고는 자기계발서라 생각했다. 착각했다. 이 책은 인문서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라는 것에 대한 깊은 고찰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인간을 호모사피엔스라 부르는 그 뒤에는 인간이 일을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답게 살아가는 수준을 넘어서 삶의 대부분을 '일'에 매달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밤이 될때까지 일을 하는 그 뒤에는 어릴 때부터 습득해온 일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이 숨어있다. 부지런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을 구별짓고, 게으른 이를 사회에서 죄악시 여기게 된다. 놀부와 흥부, 개미와 배짱이를 우리 사회의 인식의 기준으로 삼는다. 나답게 살라고 하지만 우리가 나답게 살지 못하는 그 뒤에는 우리의 삶의 패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삶의 의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과거에 우리는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없었다. 당장 내 앞에 놓여진 현실이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우리가 생각하게 된 것은 배고픔에서 벗어나 잉여 생산물이 늘어나면서 부터 이다. 인간은 점점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 살아가면서 정신적 빈곤 속에 놓여지게 된다. 물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반면 그 안에서 공허감은 점점 더 늘어난다.그 현상에 대해서 저자는 미디어와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해 찾고 있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자본주의가 가지는 속성 소비 사회가 또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는 돈과 결부짓는 우리에게 시간은 뗄레야 뗄수 없는 상관관계이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놀이를 즐기지 못하고 일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결과를 잉태하게 된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현실, 힘들어도 참는 게 미덕이 된 사회에서, 현대인은 점점 더 고달퍼지게 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또다른 문제점이며, 거기서 벗어나는 지혜를 강구해야 한다. 삶의 패턴은 일에서 찾지 않는 습관을 가지는 것,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선 돈과 시간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본래는 인간적인 보람을 얻어야 할 일이 어느 사이엔가 노동이라는 행위에 흡수합병되어 완전히 변질되고 말았다. 그리고 노동이야말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노동가치설이 사회경제의 근본적 가치관으로 자리 잡았다. 더욱이 예로부터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던 차분한 관조생활의 의미가 완전히 잊혀 사라지고 단지 나태하고 비생산적인 것으로만 인식되었다. 또한 전력으로 수행하는 일이, 세속 내 금욕이야말로 가치 있는 삶이라는 프로테스탄스 가치관의 출발점이 되고 노동해서 돈을 버는 일이야말로 선행이라고 여겨진다. (p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