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에세이 1930~1954 - 한나 아렌트 텍스트 선집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외 옮김 / 텍스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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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나 아렌트는 정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 중에는 <전체주의의 기원>,<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대표작이며,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그의 악의 평범성을 대중들에게 말했다. 그의 생각과 정치철학은 대중들에게 비난 받았지만, 그의 생각이 시대를 거슬러 옳았다는 걸 알게 해 준다. 물론 최근 불미스런 대통령 탄핵 때조차 '악의 평범성'과 마주하게 된다. 국내에 번역된 한나 아렌트의 철학 책은 상당히 어려웠다. 국내 번역자가 졸속으로 번역한 건지 모르지만, 한글로 쓰여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칸트의 국내 번역 도서보다 더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엿볼 수 있으며, 그녀의 정치철학 과 사유와 마주하게 된다. 물론 번역에 있어서 큰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은 두꺼운 분량이기에 다 소개하는 건 힘들며, 책에 나오는 카프카에 대한 재평가가 특히 눈길이 갔다. 우리에겐 카프카의 <변신>이 알려져 있지만 한나 아렌트는 <성>,<심판>을 다루고 있어서 눈길이 갔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도 독일어로 변형하지 않으면서, 마치 속어와 오류에서 순화된 일상의 대화처럼 명확하고 간결해질 때까지 뒤얽힌 구문들을 독일어에서 분해해 냈다. 카프카 언어의 간결성, 즉 부드러운 자연스러움은, 카프카의 현대성 그리고 그의 작품의 난해함이 새롭고 독특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항상 새롭고 독특한 기법을 추구하는 내적 생활의 현대적 복합성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것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사회를 신의 대체물로 수립된 것으로 묘사하고, 사람들이 사회의 법칙을 마치 인간의 의지로는 변화할 수 없는 신법인 듯 여기는 것으로 묘사한 점은 사실이다. 다시 말해 카프카의 주인공들이 걸려든 세계의 문제점음 바로 그 신격화, 신적인 필요성을 나타내는 부당한 주장이다. 카프카는 가증스러우며 숨겨져 있는 조직을 노출시키고, 현실과 가상을 대조함으로서 이러한 세계를 파괴하고 싶어한다. 

소위 카프카의 예언들은 오늘날의 노출되어 있는 근원적인 구조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일 뿐이다. 그의 시대에는 거의 보편적이었던, 인간들이 굴종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이고 자동화된 과정에 관한 신념에 의해,몰락하는 구조들이 지탱되고 몰락의 과정 자체가 가속화 된다. 

카프카의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비현실성과 현대성이라는 인사을 주는 것은, 현상으로서의 세계를 묘사하는 데 대한 그의 관심의 부족과 외면적인 상황에 대한 완전한 무시가 결합되어, 주로 그 기능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를 초현실주의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이다. 

카프카가 그처럼 현대적으로 보이면서도 동시에 전쟁 전 세계의 동시대인들에게 낯설어 보이게 한 이유는 그가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굴종을 거부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는 세계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자연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P146~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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