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
김지영 지음 / 푸른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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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이 생각났다.공교롭게도 저자님과 나이가 같은 51년생 토끼띠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그 당시 전쟁 이후의 삶, 우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건 이 책의 제목이다.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가 아닌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이다>라고 쓰여졌다. 그건 저자님에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현존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다. 아버지의 역할은 할아버지가 대신하였고, 저자에게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지인이 자꾸만 생각났다. 우리 앞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건,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 있고, 생각과 가치관,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바라보면서 학창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뒤 미국으로 건나건 이유가 무얼까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미국에서 변호사로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던 저자님은 다시 국내로 돌아와 고향을 찾게 되었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책은 저자님의 자기 사유였으며, 자아를 찾아나가는 흔적이 담겨진다. 또한 이 책은 여행이야기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존재' 또는 '아버지의 부재' - 나의 아들딸은 사람을 만날 때 이런 어려운 명제를 생각하지 않기를 빈다.(p20)

아버지는 밤새 고민한다. 그 이튿날 새벽 디브에게 말한다. 그냥 떠나겠노라고, 그리고 마음을 향해 돌아선다. 디브의 성문 밖을 나서는 아버지에게 디브가 조그만 병을 하나 준다 '나는 이게 꼭 필요할 거다. 산 아래 내려가거든 이 병에 든 약을 마셔라' (p49)


저자님은 언제 어디서나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다. 문학에서도 여행에서도 삶에서도 아버지를 생각하곤 있다. 우리 앞에 놓여진 개념 '존재'와 '부재' 그걸 생각한다는 건 내 앞에 놓여진 선책과 결정의 기준이 '아버지'였음을 갸늠하게 된다. 그것이 저자님의 인생으로 연결되었으며, 자신은 살아야겠노라 결심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무기력한 상황들, 그 무기력함에 스스로 좌절하였고, 때로는 자신에게 결핍을 느끼지 않았을런지, 자신의 아들은 결코 자신이 겪었던 삶과 마주하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으리라, 그리고 이 문장에서 놓치고 있는 단 하나의 사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아버지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에게 아버지가 있듯, 나의 아버지에게도 아버지가 존재할 것이다. 나의 할아버지에게 또다른 할아버지가 존재한다. 그것이 수필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삶의 궤적에서 찾아나설 뿐이다.


그래서 정한 원칙은 무원칙, 무주제, 무절제, 무제한, 무희망, 무욕심, 무신경... 이러한 무원칙에 무제한의 찬성을 해 준 무클럽의 무명인사들 '무원','무중','무천', '무희',무휘', 이들과 함께 하는 저녁 자리는 이름할 수 없는 묘한 즐거움이 있다. 나이 65세는 인간의 다섯 가지 즐거움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재(財),색(色),식(食),명(名),수(睡), 이 오욕은 이생에서 즐거움의 원천이지만 지옥의 뿌리이기도 하다. 인생 후반기가 되면 자의든 타의든 오욕을 좇는 일을 그만 두어야 한다. 깨달은 자는 자의에 의해서 벗어나고, 아직 깨닫지 못한 자들은 타의에 의해서 포기하게 된다. (p81) 


의미 있는 문장이다. 우리 앞에 놓여진 수많은 것들은 대부분 유이다. 유는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다. 죽을 때까지 채우려는 이들은 타인에 의해서 포기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지게 된다. 돌이켜 보면 우리 주변에 보이는 이들의 비참한 운명을 보면 그러하다. 또한 이 책에서 이 단한가지만 건질 수 있다면,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면 이 책이 가지는 효용적 가치는 다했다고 생각 된다. 저자님의 인생은 저자님만의 특별한 인생이기에 읽어도 읽어도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보편전인 진리관, 가치관은 남녀노소를 떠나 큰 울림을 선사한다. 이 문장이 그러하다. 미니멀한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이 문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생의 후반기는 유가 아닌 무를 실천하며 살아가자. 채우려고 하지 말고 비움을 실천하자. 그것이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소중함이며, 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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