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유용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최대한 멀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나에게 불현듯 찾아오는 슬픔과 고통 그리고 죽음이다. 그 어떤 곳에서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하고, 논한다. 그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 하나의 생명체로서 가질 수 있는 준엄함 그 자체이다. 인간의 과학과 의술이 발달하여도 결코 넘볼 수 없는 것, 인간의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만들어지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수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욕망이 아닐까 싶다. 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고, 특징은 다르지만 인간의 지능은 유한하고 복제가 불가능하다. 반면 인공지능은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으며, 때로는 영구적인 특징을 가진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혼란의 실체는 죽음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어 머리고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며, 나의 과거 - 현재- 미래를 돌아보게 만들어 버린다.


1977년생 니나 리그스에게 병이 찾아왔다. 유방암에 걸린 니나 리그스는 암과 싸우면서 때로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의 삶과의 사투, 그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슬픔 뿐 아니라 유머도 숨어 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은 짙게 드리워진 슬픔이건만, 저자에게 있어서 죽음은 때로는 유머스럽고, 외면하고 싶은 존재였다. 유머로서 승화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 언저리에는 엄마로서의 존재감을 지키고, 내 가족을 생각하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지게 되면, 스스로 자신을 정리해야 하고 이해하여야 한다는 그 본질적인 과정에서 니나 리그스 또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낯선 경험들이 연속되어 지고, 암이 가슴에서 폐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마주해야 하는 죽음에 대한 그림자, 책에는 그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어두운 그림자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의 가족을 위해서, 아들과 딸을 위한 니나 리그스의 배려가 엿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든 어디서든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선택과 결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를 사는 것조차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고, 자신이 쓰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이 사라진 그 나머지의 시간에서, 내 가족이 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책에는 니나 그로스의 과거 현재, 미래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니나 그로스의 죽음 코앞에서 이 책은 마무리되어진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아직 죽음과 가까이 하지 않아서 책 곳곳에 스며들지 못할였지만, 언젠가 내 삶에 죽음과 가까이 할 때면 , 이 책을 다시 펼쳐 보지 않을까 생각되어졌다.


지금 사라져버린 가슴으로 인해 들끓는 감정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서 내가 들여다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내 신경이 온통 쏠려 있는 것은 순수하게 육체적이다 못해 지형적이기까지 하다. 지금 나는 가슴에 매달린 배액관, 시큰한 겨드랑이, 한쪽만 푹 꺼진 옷이다. 그러나 완전히 성질이 다른 문제들도 있다. 사라진 여성성, 왜곡된 내 모습, 새로운 몸의 낯섦, 아직은 내가 느끼는 혼란을 뭐라고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때문에 방 안에서 가장 큰 몸집을 한 코끼리이기도 했다, 바로 여기, 명백하게 존재하는 이 혼란스러움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감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나는 꿈같은 현실을 직시하는 연습부터 하려고 한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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