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 - 퇴사, 그 흔들림 속에서
정강민 지음 / 채륜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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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 친구들은 어릴 적 주산,암산을 배운 기억이 존재한다. 단순한 덧셈,뺄셈,곱셈,나눗셈을 하는 이유는 산수와 수학을 할 때 정답을 빨리 찾기 위해서였다. 지나고 보면 주산은 산수,수학이 사칙연산이라는 고정관념을 놓었고, 정답을 찾기 위한 하나의 예행연습이었다. 그런 모습은 학창시절 내내 일상적이면서 반복되었다. 나의 가치관과 생각의 기틀을 채우는 주춧돌이 되었다. 그러나 학교 문턱을 넘어 서는 그 순간 정답이 정답이 아닌 세상이 내 앞에 놓여지고 말았다. 나는 정답에 익숙해진 하나의 생명체였는데, 내 앞에 놓여진 것은 오답을 찾는 것이다. 그건 내가 마주한 첫번째 혼란스러움이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닌 일상적이고 반복되었다. 나의 생각은 얼마나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나의 온전한 생각, 오답일 수 있는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내가 오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내 삶에 개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모습은 나에게 불편함, 불안함, 불쾌함으로 다가왔으며, 나는 벗어나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야 했다. 나의 선택의 기준은 정답과 오답이 그 기준이 되었다. 오ㅌ답에서 벗어나는 것, 안전함이 나의 선택의 기준이 된다. 혼란스러운 모든 걸 버리고 발버둥 치려는 그 이면엔 남과 다른 내가 아닌 남과 같은 나,남과 동질감을 느끼고, 남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척하는 나의 모습을 억지로 만들어갔다.이 책은 그런 나의 모습, 겉치레를 벗어버리고 혼란스러움과 함께 지내는 다양한 대안을 이야기 한다.


책을 펼치면서 항 귀퉁이에 눈길이 갔다. 작가님과 나의 동질감을 하나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소도시에 있는 유일한 4년제 대학교, 풍기에서 7개월간 사셨다고 한다. 사인을 보면서 나는 은연중에 무얼 마주하던 간에 나와 비슷한 것에 친근감을 느끼고 그것이 나의 평온함을 찾으려는 하나의 모순된 행동이었을 깨닫게 되었다. 작가님은 회계사를 공부하였지만, 그 꿈 대신 취업을 선택하게 된다. 회사에서 하나의 소모품이 되어야 했고, 직장 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것들, 도덕적 가치관은 회사에선 감지덕지였다. 내가 이룬 결과물을 가로채고, 회식에서 술을 먹는 일상의 반복되어졌으며, 공허함과 외로움, 고독함은 덤으로 주어졌다. 그렇게 회사라는 조직내에서 스스로 부속품으로서 탈바꿈 해나가고 있었다. 매순간 퇴사를 하고 싶은 그 마음이 책에 놓여져 있었으며, 퇴사 이후의 삶,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눈에 보였다.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직장인 코스프레를 해야했던 지난날, 여느 직장인 처럼 집을 나와서, 같은 시간에 집으로 들어왔다. 단지 자신이 가는 곳은 회사에서 도서관으로 옮겼을 뿐이다.


책 곳곳에는 작가님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묻어나 있다. 흔들림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그걸 내면에 채워 나갔다.물에 빠진 사람이 물에서 나와 뭍으로 가려는 욕망은 나를 스스로 바다에 가둬 버린다. 하지만 그 물의 흐름에 따라 자신을 내 맡기면 육지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우리의 혼란스러운 감정은 조급함을 잉태하고, 조급함은 내가 가야할 방향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작가님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았으며, 그걸 기록해 나가고 있었다. 기록이라는 실체와 마주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 스스로를 흔들림에서 벗어나지 않고,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면서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이렇게 사니까 이게 정답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오답은 아니다' 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다. 자신이 혼란스러운 것도 남들도 다 혼란스러우니 괜찮다는 의미다. 왜 혼란스러운지, 왜 불안하고 불편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절대 철학은 생기지 않는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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