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보다 다른 책이 관심이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라는 책이다. 공교롭게도 그 책을 선택하지 못하고 이책이랑 천황에 관한 책을 빌려왔다. 그리고 이 책을 보다시피 600페이지 두꺼운 분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책을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에 두껍지만 별불편함 없이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 나오지 않는 책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 책을 보고 싶은 마음,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저자의 남다른 독서법은 문과를 전공했음에도 문학, 철학 뿐 아니라 과학, 수학, 천문학, 공학까지 가리지 않고 소화하고 있으며, 우리의 출판 시장과 대조적인 일본의 출판 시장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의 책 소유욕은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다다미로 이루어진 낡은 아파트에 책 한권 한권 모으면서, 주간문춘 기자로서 일하면서 책을 모으게 되는데, 결국 그는 자신이 모은 책으로 인해 낡은 아파트가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그는 이후 작은 빌딩을 하나 사게 된다. 고양이 빌딩이라 부르는 그 빌딩 안에서 35,000권의 책을 모았던 저자의 책에 대한 사랑과 소유욕은 보편적인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과거엔 책을 소유하면서 다시 나눠 주기도 했던 저자는 이제 책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리지 않는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책들 중에는 저자의 전공과 관련한 책들이 상당히 많다. 불문학을 전공했던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후 철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의 철학에 대한 관심은 ,비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서 비코란 이탈리아 철학자 비코(Vico, Giovanni Battista를 의미하며 우리는 그의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 자세히 언급한 적도 없다. 간간히 그에 대해 인터넷이나 세계철학사에 소개될 뿐이다. 이 책에서 보자면 비코는 데카르트의 진리관을 비판하였고, 데카르트가 쓴 <방법 서설>을 조목 조목 반박한 철학자였다. 우리는 그의 저서에 대해 제대로 번역된 책 조차 없으며, 그가 남긴 <비코 자서전>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전공투 세대이다. 책에는 미시마 유키오에 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오고 있다. 물론 그의 할복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도 번역된 책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 을 잠시 소개하고 있으며 그 당시의 도쿄대학교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의 서재에는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공산당에 관한 책들이 수백권 있다는 사실, 19금 춘화,즉 발간되자 마자 금서로 바뀌게 된 책들도 다수 있었다. 그의 독특한 책에 대한 소유욕을 자신이 지금까지 책을 출간한 지식의 원천이 되고 있었다. 중국의 현대사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그리스시대의 철학자들이 남겨 놓은 책들, 비트겐슈타인 전집이 이 책에 소개 되고 있어서 흠미로웠다. 또한 성서에 관한 책들도 다수 소개되고 있으며, 히브리어-영어 번역 성서에 관한 소개에 관심 가지고 읽어 나갔다. 


그의 책에 대한 소유는 이 책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남다른 안목과 함께 그가 읽었던 책들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책 제목에서 언급되고 있는 500권의 책들은 그냥 이 책을 출간한 편집자의 기획의도였으며,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과는 무관하다. 다만 그가 읽었던 책들 하나 하나 집어 나가면서 느꼈던 것은 여전히 대중서에 국한되고 있는 한국의 출판 문화이며, 우리는 팔리는 책을 출간한다면 일본은 팔리는 책 뿐만 아니라 책에 관심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들을 번역하고 출간하고 소개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무언가 쿵 얻어맞은 느낌이었으며, 긍정적인 자극으로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