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생명이다 - 생명의 아포리즘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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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지다

배고픈 이에게 밥 한 주먹이 만족스럽다.
부유한 이에게 잘 차려진 밥상도 불만이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는 이가 있다.
산에 산장을 짓기 위해 오르는 이가 있다.
누굴 부러워할지 그려낼 수 없다.
추석에 부산에 내려가 딸에게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아들은 자기 방구석에서 음악만 듣고 있다.
여동생이 차례상 앞에서 큰 소리로 아들을 꾸짓는다.
누가 문제인지 그려낼 수 없다.
우리 모두 자신의 구조 속에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살고 있다.
불만을 터트리는 여동생
기분 나쁘다고 방문을 닫아버리는 아들
그릴 수 없는 그림들이다.
엄마 없이 자란 아들의 마음이 아파
손을 잡고 어깨를 다독였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더욱 더 어렵고
남을 안다는 것은 더욱 더 어렵다. 
분노를 안다는 구조가 그려놓은 아픈 외침이다.
삶은 아픈 나를 그릴 때가 많다. (p64)


그려지다.

왜!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는 것을 두려워합니까?
절망의 순간,죽음의 친구가 되어 보세요.
위로의 힘으로 다가옵니다.
질병은 죽음을 수용하라는 저항입니다.
그 저항은 죽을 만큼 자신을 사랑하는 몸짓입니다.
죽음은 생명입니다.
그래서 죽음은 신입니다.
우주와 하나 되고 싶은 유일한 선택은 
죽음 뿐입니다.
가장 엄숙한 선포이고 극적인 순간입니다.
사는 것이 모여 죽음이 됩니다.
왜! 사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죽는 것을 두려워 합니까? (p154)


이 책은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 철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바로 인문학이며, 사람을 향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언어는 하나의 구조로서 존재한다. 우리가 말하는 자아의 개념인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언어로 표현한 결과이다. 언어가 없으면 자아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자아가 만들어질 수 없다. 인간은 언어를 매개체로 나를 이해하려고 하고, 규정지으려 한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 태초의 인간의 모습을 알고자 한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시작된 원시 인류의 조상은 진화를 거쳐 지금까지 흘러왔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우리의 본질적인 것들은 그렇게 차곡차곡 만들어 진것이다. 생명의 잉태와 죽음, 생명의 죽음은 소멸이 아니며, 또다른 생명체의 순환일 뿐이다. 저자는 이걸 드러내고 싶었다. 그리고 말하고 싶었다.이 책을 읽으면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서 느끼게 된다. 인간은 결코 자연과 벗할 수 없으며, 그과정에서 인공적인 것들을 만들어 나간다. 돌이켜 보면 지금 우리가 자연환경을 파괴한 것은 예견된 것이 아닐런지, 수많은 인간의 욕망이 더해지면서 그렇게 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저자는 사유한다. 사유 속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잇다. 이 책은 160페이지가 채 안되는 작은 분량이지만 저자의 사유로 온전히 채워진 것이기에 허투로 버릴 것이 없다. 하나 하나 다 써내려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인간에 대해서, 너무나도 직언에 가까운 이야기들,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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