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력의 낙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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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포스터 <인간실험:바이오스피어2>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인류가 화성에 살기 위해서 혹독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아리조나 사막 위에 산소를 차단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산소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담아내고 있다. 그 책에는 1991년에 시행되었던 인간 실험이며, 바이오스피어2라 부른다. 그 책을 읽으면서 만약 인류가 화성탐사를 실시할 때 우주선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SF 소설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은 있었다. 내가 생각한 소설은 헐리우드식 마션이 아닌 실제 일어날 수 있고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던>은 그동안 애가 생각했던 화성 탐사에 관한 영웅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이야기로 채워 나가고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던>은 인간이 실제 우주 위로 화성으로 가는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때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저자의 흥미로운 상상력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망망대해의 우주 공간 내에서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좁은 공간에서, 지구 상에서 일어나는 현실이 우주공간에는 어떻게 펼쳐지는지 마주하게 된다. 특히 2013년에 태어난 아기가 20대가 되는 그 시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에 흥미로웠다. 


"'개인'이라는 말이 영어로 individual이잖아? 이말은 본래 '나누다'라는 의미인 divide 에 부정접두사 in 이 붙어서 '나눌 수 없는 것'이라는 뜻이 된 거고.In-dividual 이니까.예를 들어 여덟 명의 사람을 네 사람 씩 나눈다.그 네사람을 두 사람씩 나눈다. 그 두 사람을 한 사람씩 나눈다. 그 한 사람은 더이상 '나눌 수 없다'.그러니까 '개인'은 individual 이지."

"그런데 일본어로 '분인' 이라고 표현하는 dividual 은 '개인인 individual 도 대인관계에 따라, 혹은 자리에 따라 훨씬 잘게 '나눌 수 있다'는 발상이야. " (p156)


이 소설에는 분인주의가 자주 등장한다. 나라는 하나의 개인에 대해서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나의 특징은 달라지게 된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관계, 회사 내에서 직장상사와 나의 관계, 이외에 다른 곳에서 나의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다. 그것에 대한 설명을 히라노 게이치로는 '분인'을 등장하여 설명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분인주의라는 생소한 개념이 이 소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 1조달러의 예산으로 화성탐사 계획 '던 프로젝트'가 시행되었다. 화성탐사 유인 우주선 '던'을 타고 가는 여섯명의 우주인, 그 안에는 일본인 외과의사 사토 아스토가 있다. 우주선 던 안에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아서의 딸 릴리언 레인이 함께 승선하는데, 우주 공간에서 릴리언 레인의 임신 소식은 우주선 내부 뿐 아니라 '던 프로젝트'를 기획한 과학자 뿐 아니라 릴리안의 아버지가 속한 공화당과 민주당을 발칵 뒤집어 놓게 된다. 그것은 화성 탐사 계획에서 부적절한 경우에 해당되며, 릴리언은 유인우주선 던에 탑승할 수 없었다. 지구 상에서는 릴리언의 그런 불명예스런 모습이 유출되었으며, 위키 노블스를 애용하는 네티즌들은 '던' 시리즈라는 또다른 픽션을 생성하면서 흥미유발 목적의 소설들을 생성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외과의사 사토 아스토가 유인우주선 던에 탑승하게 된 이유가 소설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교통사고로 외아들 '태양'을 잃어버린 사토 아스토는 화성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원해서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동참한 경우다. 이렇게 여섯명의 승무원이 탑승해 있는 던과 그들의 계획을 방해하는 이들이 있으니, 소설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정치인의 딸이었던 릴리언이 던에 탑승하게 된 것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데, 아서는 정치적으로 또다른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2년 반 동안의 화성 탐사를 무사히 마친 사토 아스토와 승무원은 영웅 대접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또다른 문제들과 마주치게 된다. 릴리언과 사토 아스토 사이에 미묘한 문제는 사토 아스토의 아내 교코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이 소설은 화성 탐사계획과 정치의 연결에 대해서 미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간이 왜 막대한 돈을 들여 우주 탐사를 하는지, 그 안에서 승무원들의 심리적인 변화와 또다른 나약한 인간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나약함에 노출되어지는 인간이라는 본연의 모습 뒤에서, 사토 아스토는 외아들 '태양'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증강현실(AR)의 힘을 빌려서 자기 치유를 하게 된다. 증강현실은 우주여행떼 마주할 수 있는 외로움이나 고립감, 인간의 심리 변화에 대해 적절한 심리적 치유 도구였다. 


저자는 소설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바로 왜 우리가 화성탐사를 꿈꾸느냐이다. 정치적인 이해관계, 나라의 자존심을 드높일 수 있다면, 그들은 때로는 천문학적인 헛돈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안에 존재하는 승무원과 그들 사이에 보여지는 정치적인 쟁점들, 과학이 발달하여도 인간의 생활양식은 크게 바뀌지 않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학기술을 악용하게 되고, 그 이전이나 그 이후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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