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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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보가 되고 싶다. 귀와 눈의 총명함을 멀리하고 보다 바보같이. 나날이 어수룩하게 그렇게 살고 싶다. 대신 그 자리에 쾌활한 마음 하나 들여두고 기쁘게 사물과 만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p16)


책을 펼치면서 헉 하고 말았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은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의 보물섬과 같은 존재였다. 자신을 감추면서 어리숙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또다른 주인공 보물섬, 그 아이는 내가 그리는 꿈꾸는 그런 이상적이 존재였다. 바보처럼 어리숙하게 살아가는게 왜 그리 힘든지, 살다보면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하면서 어수룩함이 아닌 어리석음 그 자체로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때로는 총명하게, 때로는 어수룩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그럼 삶이다. 비어 있는채 그대로 놓여지고 살아가고 싶다.


남의 선함을 들으면 의심부터하고 남의 악함을 들으면 덮어놓고 믿는다. 이것은 마음속에 가득한 살기다. (p37)


뜨끔한 이야기다. 돌애 새기면서 읽어야 한다는 건 바로 여기에 있다. 머리로는 이애하고 받아들여지지맘, 돌에 새기듯 몸에 새긴다면 잊혀지지 않는다. 방송과 언론 비디어를 통해 흘러오는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그들의 선함을 선함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의심한다. 어떤 이의 악한 행동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우리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느껴졌다. 지혜라는 건 특별하지 않다. 내가 선택하는 것, 결정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고 바뀌어진다. 남의 악함에 대해서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기자들을 기레기라 부르는 우리들의 모습들, 정치인들이나 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바라보는 건 아닌지, 경계할 것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인생이 백년을 못 채우건만 언제나 천년 근심 품고 사누나 (p57)


걱정 한 가득, 근심 한가득,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어제도 오늘도 , 그리고 내일도 걱정하며 살아간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은 고작 100년이 채 되지 않는데, 왜 우리는 그 이상의 시간을 걱정을 하면서 살아가는 걸까, 정작 머리로 걱정만 할 뿐 행동은 바뀌지 않는데, 나에게 주어진 그대로 살아가는 그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당장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해 걱정하며 살면 뭐하누..


웃으며 옛사람의 책을 읽는다 

옛사람의 책을 읽다 말고 자꾸 미소가 지어진다.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이 신통하다. 본 적 없는 그가 마음 통하는 벗처럼 여겨진다. 그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그가 운다. 나도 슬퍼진다. (p199)


책을 읽는 이유는 공감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쓴 책 한 권,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나와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의 생각과 가치관, 경험이 나와 같을 때 미소짓게 되고 눈물 짓게 된다. 마주친 적 없는데, 만난 적 없는 그 사람인데, 그렇게 우리는 책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마주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과 마음이 교차된다.


명나라 때 쓰여진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에 넘겨진 전각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져 잇다. 돌위에 쓰여진 전각들은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지식을 채워도 채워도 허무함을 느끼지만, 지혜는 채우면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지혜를 가지는 건 어렵지 않다. 중요한 건 돌에 글 한자 한자 새기는 그 정성으로 지혜를 내 몸으로 새기는 것이 아닐런지, 옛사람이 남겨놓은 글귀 하나 하나 마주하면서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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