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렘의 습관
송정연.송정림 지음 / 박하 / 2017년 10월
평점 :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책이 주는 즐거움과 설레임, 그것은 나의 다양한 느낌과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 생각을 또렷하게 내 것으로 만들때, 작가의 독특한 생각과 가치관을 마주할 때 박하향 느낌나는 독특한 향기와 설레임과 마주하게 된다. 셀레임이란 그런 거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 설레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설레어진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감정의 동선을 나를 설레임 그 자체로 끌어당긴다. 어릴 적 나의 기억 속 가을 운동회는 그 날이면 공부에서 벗어나 놀 수 있다는 설레임이 있었다. 한해의 끝자락이 되면 한살 먹는 그 즐거움과 설레임이 우리에겐 존재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설레임은 희망이기도 했고, 행복이기도 했다. 나이라는 또다른 굴레에 가로막혀 언제부터인가 설레임 그 자체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 순간 나는 어른의 가면을 던져 버리고 아이로 되돌아 가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 누군가를 책임지는 위치에서 보호받는 위치로 돌아가 아이가 보여주는 자유롭을 다시 느껴 보고 싶다. 어릴 땐 할 수 있는게 적어서 어른이 되려는 단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어른이 되면 아이가 되려는 그 이유는 무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꽃잎을 보며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 순수를 찾아 나선 외출, 초등학교 교문으로 들어섰다. 느리게 걸으며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퐁낭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키가 더 커지고 부피가 더욱 늘어났어야 할 나무가 그대로, 아니 더 작아진 채 나를 맞았다. 그 나무 아래에 앉았다. 아직 그네가 매어져 있는 그곳에서 열 살 계집아이를 만났다. 그네가 무서워 타지 못하고 우물쭈물 서 있던 그 소녀는 이제, 인생의 그네 앞에서 쩔쩔 매며 서 있다. (p21)
여름 무렵, 용기 내어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누군가 가로 막을 줄 알았던 학교 정문에는 그 누구의 간섭도 전혀 없었다. 나는 운동장을 가로 질러 학교 교실까지 들어갔다. 나의 기억 속의 학교의 모습은 나의 기억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학교의 외벽은 새롭게 단장하였고, 학교 반 수도 줄어들었다. 각반마다 6개의 반이 있었던 나의 기억 속 교정은 이제 졸업 앨범 속에서나 남아있을 뿐이다. 놀이터에 가면 호박마차를 타고 위험한 장난을 즐겨 했던 기억들, 그 흔적조차 사라지고, 호박마차도 철거해 버렸다. 학교 앞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 하나, 학교 앞 문방구만 온전히 내 기억과 추억을 채워 나갔다. 나무와 함께 있는 표지석 하나, 그 위치엔 아이들에게 군것질 거리를 팔았던 할머니가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이다.여름철이면 달고나 하나 통해 커다란 엿사탕을 베어 물었던 기억들, 더울댄 설탕물 한가득 베어 물었던 기억들이 하나 둘 생각이 난다. 채워질 수 없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기에 더욱 더 기억나는 건 아닐런지, 우리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지만 ,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살아간다.그리고 비슷함에 위로를 느끼게 된다.
나는 석달에 한 번 , 나에게 선물하는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처지에 맞게 3개월 할부로 살 수 있는 정도의 용품이나 옷을 구입한다. 누군가는 10만원짜리를 3개월 행복용으로 살 것이고, 누군가는 5만원짜리를 혹은 50만원 짜리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p109)
우리에게 주어진 삶과 운명, 살아가면서 우리는 내일 죽을 거라 생각하면서 살아지지 않는다. 오늘이 있으면 내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착각 하는 게 있다. 우리 삶의 시간의 스펙트럼 안에는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때로는 위험 천만하고 때로는 아찔하게 만드는 그런 순간이 한번은 찾아오게 된다. 더 나아가 내 주변에 내 또래의 누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을 땐 허망한 슬픔과 상념에 잠기게 된다. 아둥 바둥 살 필요가 굳이 있을까 하는 잡념으로 채워지고 , 그것은 우울함이라는 불편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자기 위로이다. 누군가 나를 위로하길 기다리지 말고 내가 나르 위로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미래를 걱정하면서 아끼고 또 아끼면서 살아가는 것보다 내가 가진 돈으로 나에게 셀프 선물하는 것 또한 좋을 듯 하다. 사치는 나쁜 거라는 것에 길들여 살아온 지난날이 후회기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그걸 망각하고 살기에 더욱더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나에게 삶에 대한 또다른 관점을 선물한다.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걸 거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비슷하게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 스펙트럼, 태어남과 죽음 그 경계선에 놓여진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얼까 한번 더 고민하게 된다. 때로는 일상에서 벗어나 숲으로 강으로 바다로 떠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나에게 낯선 길로 스스로 찾아가는 것, 그 안에서 나는 낯선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잇다. 안전한 삶, 나에게 주어진 시간,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규칙과 가치관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위시로 정해 놓은 것에 따라 살아갈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송정연, 송정림 작가의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은 인생, 그 인생에서 작은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