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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미 ㅣ 오베이북스 소설선 1
김규나 지음 / 오베이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난 불행하게도 삶이란 원래 비어 있는 것이고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요. 내 삶은 오랫겅안 허무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렸으니까요. 나,바람둥이 아니에요.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순정하고 젊잖으신 분들이었고 난 그분들의 아들인걸요. 그러나 욕망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대신 절제를 강요당하며 자랐지요. 그래서 사랑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요. 하운 씨, 내가 부족한 거 알아요. 그러나 진심으로 당신을 존중하고 아끼고 그리고 사랑해요. 하지만 이해해줘요..... 오늘은 너무 혼란스러워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오늘은 제발 모른 체 해주세요. (p315)
김규나의소설<트러스트미>는 독특하다.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보다 내면에서 울려퍼지는 그 이야기, 주인공 강무훤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한다. 인간의 공통된 본질적인 요소, 존재와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는지 그 하나 하나 짚어 나가게 된다. 철학적이면서 감각적인 요속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면서 컴컴한 지하철을 운행하는 강무훤이라는 인물의 욕망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기관사 강무호원은 일반 대학교를 나와 기관사가 된 특별한 경우였다. 컴컴한 지하 통로를 거슬러 올라가는 반복된 지하철을 운행하는 기관사의 특성상 언제나 위험에 노출된다. 사회적인 시스템은 강무훤이 윟럼으로 이끌어가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지하철 내의 안정망 스크린도어의 고장으로 21살 모델 지망생 안유리는 투신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그것은 강무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버렸으며, 이유없는 공포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과 단절되어지면서 직장과 가족,사회와의 단절, 강무훤의 눈가에 가시가 돋히게 되는데, 그것은 강무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고통으로 밀어넣게 되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자신의 고통이 이끌어내게 만드는 사랑의 실체, 강무훤은 정하운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가고 있으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또다른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기척점에 서 있는 정무훤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새로운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삶에 대한 집착과 죽음에서 벗어나려는 그 몸부림, 자신에게 주어진 48시간이라는 그 시간은 강무훤의 고통의 실체가 되어진다.
첫번째, 잠자는 단순히 잠에서 깬 게 아니야.'불안한 꿈'에서 깨어난 거야.'그레고르 잠자는 어느날 아침,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걸 발견했다. '야, 불안한 꿈, 문학에서 그건 아주 중요한 거야. 자신의 불안한 꿈을 인지하지 못한 자는 결코 문학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그레고르 잠자는 카프카의 거의 모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권위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주인공이야. 강물에 빠져 죽어버리라는 아버지의 악담 한 마디에 정말 다리에사 뛰어내린 <판결> 의 게오르그 벤데만보다는 덜 극단적이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해 상처받은 작가, 카프카의 분신이란 말이야. (p210)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 주인공 강무훤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내비치려 들었던 건 아닐런지. 눈에 가시가 들어오면서 적출될 뻔한 위기에 놓여진 강무훤은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게 되는 그 과정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우연히 자신의 눙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이메일 하나가 강무훤의 내면의 불안을 잠재우고 , 새로운 희망과 믿음으로 이끌어간다. 그건 어쩌면 잠재되어 있는 강무훤의 감춰진 욕망의 분출되어짐의 시작은 아닐런지, 강무훤은 기관사였지만, 작가는 그 안에 또다른 '그레고리 잠자'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의 불안의 실체, 그 불안은 고통으로 이어지게 만들며, 사랑이 그 고통을 잠재울 거라 생각하였지만, 그것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건 세상 사람들이 용납하지 못하는 또다른 삶으로 이끌어가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