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여인
미시마 유키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KBS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이 생각이 난다. 10년동안 금요일 밤이면 나왓던 그 드라마에는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이 드러난다. 그 드라마로 국민불륜녀가 되어 민지영씨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은 명장면을 만들어 내곤 하였다. 한편으로 그 드라마를 보는 입장이라면 조금은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욕을 하면서 보는 대표적인 드라마, 그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무얼까 생각하게 되며, 이 소설 또한 욕을 하면서 읽게 되는 소설이라 부르고 싶다.


미시마 유키오의 <비틀거리는 여인> 속 주인공 구라코시 세쓰코, 세쓰코는 한 아이를 둔 유부녀였으며, 남편 구라코시 이치로, 어린 기쿠오와 함께 살아간다. 자신이 만나고 있는 연애 상대인 멋친 소년 이미지 쓰치야와의 밀회, 세쓰코는 남편이 채워주지 못하는 걸 ,쓰치야와의 밀회 속에서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허무함, 욕망을 채우려 하는데, 소설을 읽다보면 세쓰코 정말 나쁜 X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뭐라고 해야 할까, 욕망을 채우려 하면서 그 안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세쓰코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면 자신이 마음대로 조종하고,계산하고,  흔들고 싶어하는 남자 쓰치야와의 만남 속에서 미성숙한 쓰치야가 점점 더 농익어가는 모습, 두 사람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사랑에 대한 두 사람간의 미요한 차이는 두 사람이 헤어지는 또다른 이유가 되었다.계산하는 세쓰코는 밓ㄹ회의 끝 또한 자신이 원하는데로, 평온하게 마무리 되어져야 했다.


사랑에 대한 욕망,세쓰코의 모습 하나 하나 관찰하면서 그녀의 동선을 따라가 보면, 한 여성의 욕망이 감춰져 있다. 남자와 욕망을 채우려 하지만 세쓰코가 가지고 있는 죄책감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어 놓았다. 계산하고 또 계산하고, 다시 계산하는 모습, 행동 하나하나 생각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을 채워 넣으면서 자신의 불안과 죄책감을 감추려 드는데, 밀어 넣으려고 하면 할 수록 그것은 도리어 밖으로 튀어 나올 수 밖에 었었다. 결국 자신이 조종하려 했던 한 남자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되고, 상황이 역전되면서 세쓰코의 또다른 감정, 절망이 드러나게 된다, 그건 눈물이다.


멈추야 한다는 것, 세쓰코는 밀회를 즐기는 수많은 여성들의 궁극적인 이상향이다. 연애를 하고 밀회를 즐기면서 다시 가정으로 복귀하는 것,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세쓰코를 통해서 은밀핫게 묘사되고 있으며, 세쓰코의 아들 기쿠오를 통해 세쓰코의 불안의 실체는 어디서 나타나는지 엿볼 수 있다.


미묘한 자존심의 상처가 세쓰코를 자극했다. 오늘 밤 처음으로 그녀는 자기감정을 계산했다. 쓰치야가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계산, 지금까지 세쓰코는 이러한 감정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 밤은 쓰치야가, 그녀가 당연히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감정의 높이까지 올라오려고 하지 않는 것에 안절부절 못했다. 오늘 밤이야말로 쓰치야에게서 어느 정도 '이별의 쓰라림'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그녀는 다시 자존심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자신의 이 '이별의 쓰라림'은 연극이라고 과장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연극이 자연스러운 감정보다 훨씬 쉬웠다! 이 이별의 쓰라림을 연기하는 것은 정말 쉬웠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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