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잠수함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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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에 사는 스물아홉 이 모씨는 자신의 집앞에서, 같은 건물 1층에 산느 열여덟 살 모모 양을 승합차로 납칳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모 양 가족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모 양은 한 달 전에 집을 나갔다가 이같은 변을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산느 자취방을 수색한 결과, 수천편의 성인용 동영상과 잡지, 밀수한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중국산 발기부전 치료제를 발견했습니다. 특히, 이모씨의 화장실에는 모르핀과 우울증약 등도 발견돼, 전문가는 이 씨가 평소 우울증에 시달리다 상습적으로 마약을 하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p97)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 나쁜 날이 찾아오면 시간이 지나면 좋은 날이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 내가 원하는데로 뜻하는데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쁜 일만 연속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 이 모씨, 스물 아홉 즉 이현태는 그렇지 않다. 재수가 옴 붙었다 할 정도로 자신이 저지른 것에 비해 너무 과분한 죄값이 덕지 덕지 붙었으며, 언론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채 자극적인 소식을 내보내고, 왜곡 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연쇄살인범에 납치법이 되었던 이현태의 입장이라면 억울하고 나자빠지는 일이다. 실재 자신이 저지른 죗값이라고는 불법 동영상을 판 죄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현태와 동행하게 된 두 노인, 월남전 참전 용사 김남조와 나해영이 저지른 일들이다. 현태의 약점을 쥐고, 현태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이자, 밥벌이 수단이 되었던 육봉 1호를 이용해 부산으로 가자고 꼬들겼던 두 노인은 현태를 늪에 빠트리고 말았다. 


고등학교 졸업후 가족과 연줄이 끊어졌던 소설 속 주인공 현태는 스스로 풀칠하기 위해 나섰던 불법 동영상 판매는 두 노인과 동행하는 또다른 이유가 되었으며, 자신의 아지트에서 한달 동안 숙박을 했던 열쇠집 주인 딸 모모는 우연히 만난 두 노인과 동행하게 된다. 현태의 자취집의 흔적들은 현태와 두 노인의 합작품이다. 하지만 언론은 그 모든 것을 현태 혼자서 저질렀다고 단정하고 결론지어 버린다. 네사람이 육봉 1호를 타고 향한 곳은 부산이며, 두 노인의 삶이 무언가 남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자칭 월남전 참전 용사였던 노인이 꿈꾸던 것을 이루기 위해서 부산에 도착하지만, 두 사람이 필요로 했던 배는 그곳에 없었다. 돈만 떼인채 사기를 당한 것이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졸지에 연쇄살인범이 되어 전국 수배가 되었던 현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노인은 한마디로 약았다. 현태를 이용할 줄 알았고, 월남전에서 살아온 그 생존 노하우를 적극 이용하게 된다. 열 아홉 모모양은 서슬퍼런 아버지 곁에서 도망쳐 나왔고, 현태 입장에선 코가 뀌어버린 상황이다. 부산에서 사기를 당한 두 노인은 그렇게 목포로 향할 수 밖에 없었으며, 현태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현재 자신의 처지로 보아 물불 가릴 수 없었기에 그걸 하고 말았다. 


이 소설은 유쾌함과 슬픔이 뭍어났다. 두 노인이 저지른 행동은 상당이 어처구니 없느 행동이지만, 그것은 두 노인의 꿈이었다. 현태를 이용하지 않으면, 그 꿈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약점을 잡았던 것이고, 일은 엉뚱한 곳으로 불티가 번지고 말았다. 한방을 노리는 우리네 인생 속에서 씁쓸함이 느껴지는 <노란 잠수함>은 그렇게 서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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