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봄날 - TV조선 <엄마의 봄날> 팀과 신규철 박사가 함께 만들어낸 기적의 순간들!
신규철 지음 / 조선앤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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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더 허리다 찌릿찌릿하고 속도 안 편해. 할 일이 태산이구만. 열무김치도 담가야지, 병원에 추어탕도 만들어 가야지..."


"우리 시어머닌 참말로 부지런하신 양반이라 늘상 치마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어. 그러니 나도 죽어라 일먼 했지. 젊을 땐 가끔 그렇게 사는 게 서럽기도 하더니 이젠 몸뚱이 아픈 게 더 서러워. 자식들 맘 고생시킬까 겁나고."(p243)


내가 사는 곳은 시골 작은 도시이다. 농사를 짓는게 일반화 되었고, 넝사를 짓는 인구가 상당수이다. 도시가 개발된 것은 도청 신도시가 들어선 이후였다. 낙후된 지역, 그래서 시골의 모습을 보면 소처럼 일하는 내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의 어르신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시골에는 유모차가 있다. 시골에 아이가 많아서 유모차가 있는게 아니며, 시골에 사는 어른들이 옆집에 가기 위해 끌고 다니는 유모차였다. 그걸 끌고 가는 모습을 마주할 땐 뭔가 찌릿함을 느낄 수 있다. 나의 부모님도 저렇게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 제목과 책 표지를 보면서 따스함와 안스러움이 느껴졌다. 이 책은 자칭 허리 박사라 불리는 신규철님이 만든 하나의 프로젝트였으며, 그 프로젝트의 이름은 <엄마의 봄날>이다. 허리가 아픈 누군가의 엄마의 모습, 관절이 아파 걸어다니는 것조차 힘든 어마의 모습이 담겨져 있으며, 그분들의 고된 노동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농촌에서, 어춘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의 엄마의 일상도 느끼게 된다.저자는 그들에게 허리와 관절 치료를 도와주고 있으며, 제대로 된 병치료, 회복을 돕는다.


죄책감. 엄마들의 마음 언저리에 숨어있는 감정들이다. 내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들, 그래서 나이가 들어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고, 괜찮다고 말한다. 허리가 아파도, 관절이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하지 못한채 방치된 삶, 허리 통증을 감춰주는 복대와 관절 통증을 일시적으로 경감해 주는 파스가 엄마들이 생각하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병을 악화 시킬 뿐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닌 것이며, 병이 최악의 상황으로 바뀌고, 아파서 못 견딜 때 병원을 찾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절과 허리가 아픈 엄마들의 일상이 대동소이하다는 걸 느꼈다. 


의사들은 똑같이 말한다. 일을 줄이고, 운동을 하고 바른 자세를 가지고, 몸에 있는 허리통증과 관절 치료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하지만 엄마들은 그 말을 귓등으로 듣고 실천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이 점점 더 병을 키우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 바꿀수 없게 만든다. 주변에 보이는 논과 들, 계절에 따라 곡식이 여물고, 산과 들에는 약초들이 자라게 된다. 흙과 함께 하면서 살아온 지난날이 엄마들의 병을 고칠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무지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것이 자신에게 독이 되는줄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봄에 고추를 심으면 가을에 고추를 거두는게 당연한 일상, 코을 심으면 콩을 거두는 일상이 그들에겐 당연한 삶이며, 주어진 운명이라 생각한다. 농촌에 기계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엄마들의 고된 노동은 줄어들지 않으며, 반복적이며, 단순한 일이 허리와 관절을 악화시키는 이유가 된다.


저자는 재능 기부 형식으로 <엄마에게 봄날 선물하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하나 하나 넘겨가면서, 나의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파도 논과 밭에서 일해야 하고, 봄이면 품앗이 하느라 쫒아 다녔던 누군가의 엄마들의 일상, 가을이 되면 엄마들은 다시 소처럼 일할 수 밖에 없다. 도시의 엄마들처럼 운동을 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허리 치료를 한다는 건 사치는 아닐까 생각할 수 밖에 없다.알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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