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율곡 인문학 - 조선 최고 지성에게 사람다움의 길을 묻다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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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우리는 그동안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를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이용했다. 그들의 삶과 업적에 대해 정확한 고찰없이 ,친일화가 이당 김은호에 의해 그려진 두개의 영정을 표준여정으로 지금껏 사용했으며, 지폐 속 인물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사임당의 업적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애로운 어머니상에 대해서, 율곡이이의 천재성에 대해서 부각하였으며, 그것을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왜곡해 왔다. 신사임당에 비해 감춰진 율곡이이의 삶, 이 책은 9개의 과거에 급제한 조선시대의 천재가 아닌 평범한 한 인물로서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기록이 담겨진다. 율곡 인문학은 그가 남겨놓은 저서와 그 주변 인물들이 바라본 율곡이이의 모습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율곡이이는 천재였다. 지금으로 현시점에서 바라보면 세개의 고시를 합격한 고승덕과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율곡 이이는 정치가 아닌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고 싶었다. 조신 중기 선조 임금의 정치적 혼란기 때 스스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모색하였으며, 그 안에는 어머니 신사임당의 죽음 이후 율곡 이이의 고뇌도 함께 엿보인다. 억불 숭유정책에도 불구하고 율곡 이이는 불교에 귀의해 자신의 마음 수련을 우선하였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바꿔 놓았다.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 삼정승을 제외한 나머지 직을 두루 거친 인물 율곡이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자세를 되돌아 볼 수 있게 만든다. 


일찍이 깊숙한 곳에 이르러 고요히 앉아 정신을 한 곳에 모으고 생각했다. 잠자고 밥 먹는 것까지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부처가 그 무리에게 생각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라고 경계한 것은 무슨 뜻일까? 라는 의혹에 이르렀다. 그리고 부처가 경계한 뜻을 치열하게 사색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얻었다.
'불교의 학설은 그다지 기묘한 것은 없다. 다만 마음이 이리저리 내달리는 길을 끊은 다음 정신을 한곳으로 모아 지극히 고요하고 허명(虛名)한 경지에 이르도록 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에 가상으로 화두를 정해서 무리들이 여기에 의지해 참선하도록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런 뜻을 알고 참선에 전념하지 않아 끝내 아무것도 얻지 못할까 두려워 다른 공부를 하지 못하도록 금계(禁戒)를 만들어 속였다.' (p129) 


이 문장은 율곡 이이의 유학과 성리학의 근본이 된다. 율곡이이의 천재성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새로온 계모는 율곡을 충분히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였으며, 율곡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방향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불교에 귀의해 불교가 주는 중요한 가치와 지혜를찾아냈으며, 그것을 마음 수행으로 연결지었다. 그것은 이 책에서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그가 추구했던 정독과 숙독, 사람들과의 만남 뿐 아니라, 제자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전달하는 것, 정치에 입문해 스스로 깨우친 것을 현실로 바꿔 나갔다. 비록 선조 시대, 서인과 동인의 정치 다툼이 시작됨으로서 율곡이이의 이상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그는 지천명(知天命) 이 채 되기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독서할 때는 글의 의미와 뜻을 깊이 터득하고 글 구절마다 반드시 자기가 실천할 방법을 구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입으로만 글을 읽을 뿐 마음으로 본받지 않고 몸으로 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대로 있고 나는 나대로 있을 뿐 아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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