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전쟁
송현 지음 / 지에이소프트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치매에 대해 할말이 많다.그리고 죄책감도 가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외할머니에게 찾아온 치매 증상, 외할머니께서 요양병원에 가기 싫어서 넘어지시기 전까지 할머니에게 치매가 있을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동네 마실에 가지 않고, 마당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 이유도 알지 못했고,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한 이유도 알지 못했다. 사람은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어느 순간 짐작하는가 보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외할머니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서 나 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알지 못했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을 잃는 것 뿐만 아니라 기력도 같이 잃어버린다. 과거의 습관을 잃어버리고, 세상에 이유없는 분노를 토해 낸다. 옆집에 사는 이웃이 나의 가까운 적이 되고, 그 사람이 제일 만만하게 보인다. 외할머니도 그랬던 것이다. 살아야 한다는 것보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그것은 우리에게 슬픔이 되고 아픔으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치매에 관심 가지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설 <치매전쟁>을 쓴 시인 송현님, 이 책은 저자의 삶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7년전 치매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모시면서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작가의 관점이 아닌 조그마한 시추 삼순이의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삼순이는 똥딱지 또는 딱지, 백구로 불리게 된다. 치매에 걸린 윤순이 할머니와 같이 지내는 딱지는 그렇게 자신이 봤던 이야기들, 치매가 윤순이 할머니에게 찾아오는 그 과정이 묘사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자녀들의 행동 변화가 눈길 갈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치매를 치매가 아닌 치매 전쟁이라 부른다. 치매는 기억이 사라지는 병이다. 몸은 멀쩡하고, 움직임도 그다지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서 그 이유를 본인이 알지 못한다. 과거의 습관과 살아온 지난 날이 한 사람의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것이 자신을 다칠 수 있다.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에서 윤순이 할머니는 자신이 살았던 부산으로 자꾸만 가려하는데, 그것은 무모한 행동이며, 너무나도 위험 천만한 행동이다. 집에서 한 사람을 통제하는 그 과정이 소설 속 또다른 주인공이자 윤순이 할머니의 2대 독자 한욱에게 있어서 또다른 벽이 된다.


한욱은 그렇게 벽을 만들고 , 장애물을 만들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이자 소중한 사람, 윤순이 할머니가 다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 하나를 치면, 그 사고가 또다른 벽이 되고, 사고를 또 치면 벽이 또하나 생겨나게 되었다., 한 집에 같이 살아가지만 부엌에 들어갈 수 없고,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다. 화장실의 변기와 부엌의 가스렌지는 윤순이 할머니에게 있어서 위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그 순간, 집에서 키우는 시츄 딱지의 후각이 위기의 순간에서 용쾌 벗어날 수 있었다. 윤순이 할머니의 또다른 자녀 성자와 성혜, 그리고 성희까지 그들의 삶이 소설 속에 교차되고, 자신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윤순이 할머니에게 이야기 하는 과정, 여기가 누구 집인지 말하는 이유는 윤순이 할머니의 기억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치매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라고, 국가가 직접 치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10년전만 하여도 치매에 대해 국가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요양원이 생기고, 요양 병원이 생겨난 건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요양 병원에 가보면 알게 된다. 아주 깨끗하고 청결하며, 조용하다. 하지만 1층과 2층은 분리되어 있다.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건 불가능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내려 가는데 거기서 제일 바쁜 사람은 요양 보호사와 간병인이다. 쉴 새 없이 뛰어 다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치매에 대해서 , 그분들을 케어하는 그 과정 하나 하나가 느껴진다. 또한 앞으로 점점 더 요양시설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며,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로 바뀔 거라는 건 주변에 눈에 보여지는 병원들을 보면 알게 된다. 치과와 요양병원은 늘어나는 반면, 산부인과 소아과가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큰누나라이, 성자 말이가? 그년이 미쳤지, 서울 아들한테 신세 안 질라고 죽어도 안 간다는 나를 와 서울로 데리고 왔노! 나쁜 년!그년한테 이 원수를 어떻게 갚을지 모르겠다. 나쁜 년! 서울 가기 싫다는데 억지로 사람을 끌고 온 그년을 온 동네 사람들에게 다 알리구로 신문에 내야 해 나쁜 년!"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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