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책 제목과 책 표지 일러스트가 뭔가 모순이 느껴졌다. 의자에 앉아있는 물체, 그 물체의 정체에 대해서 가지런히 놓여진 두개의 발이 사람이라는 걸 짐작하게 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알 수가 없다. 얼굴이 감춰진 표지는 무얼 의미하는 걸까, 소설 속 주인공이자 보모인 루이즈를 따라가 보게 된다.


두 아기가 죽었고, 보모도 그 옆에서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세사람의 흔적에 대해 여자 아이의 손톰에 박혀있는 살점이 그 순간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세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 , 그 과정을 알고 있는 이는 보모 루이즈 뿐이며, 작가는 보모 루이즈를 소설 <달콤한 노래> 의 중심에 놓이게 한다.


보모 루니즈는 10구 오트빌 가의 근사한 아파트에서, 폴과 미리암 사이에 태어난 밀라와 아당을 키우며 살아간다.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 사이에 놓여진 두 아이,보모 루이즈는 가짜엄마로서 진짜 엄마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악의 씨앗을 잉태하게 된다. 루이즈의 마음 속에 숨겨진 돈에 대한 혐오증,남편은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였으며, 보모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철저히 계약관계에 놓여진 상태에서 루이즈는 또다른 돌파구가 없었으며, 그것이 가지는 파멸의 실체가 무엇인지 소설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신뢰. 우리가 무언가를 거래하고 계약을 할 때 절대적인 요소이다. 루이즈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가치도 신뢰였으며, 루이즈는 그것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리암은 루이즈를 고용하는 갑의 위치에 있지만, 점차 이 소설은 갑과 을이 바뀌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두 사람의 역학관계를 바꿔 주는 이는 바로 밀라와 아당이다. 루이즈의 대체불가능한 힘, 미리암에게 있어서 루이즈보다 더 나은 보모는 찾을 수 없었으며, 루이즈는 살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드러내지 않으며, 아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은 천성적으로 자유롭다. 그 자유로움이 루이즈의 신뢰를 무너트릴 수 있다. 아이를 돌보는 시간, 아이와 헤어지는 그 순간 가장 긴장하는 건 아이들이 아닌 루이즈 본인이었다. 아이가 조용히 가짜 엄마에서 진짜 엄마에게 돌아가길 원하는 루이즈의 마음을 미리암이 알 수 없다. 아니 알 필요가 없었으며, 루이즈는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면 그것으로 모든게 평화롭고, 각자 무얼 했는지 어떤 걸 했는지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평화로움의 그 심연의 끝자락에 감춰진 루이즈의 불안과 일탈은 그녀의 잘못된 행동으로 점점 더 이끌어 나가게 된다. 


이 소설에서 루이즈는 보모이지만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딸 스테파니와 함께 살아가는 루이즈는 사회 속에선 아무 문제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딸 스테파니의 모습을 보면 루이즈와 스테파니 관계가 무언가 모순되고 어색해 보여진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을 하는 스테파니는, 보모로서 루이즈의 절대적인 가치,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그 순간이 찾아오는 극단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 소설은 소설 그 자체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절대적으로 돈의 논리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나뉘는 우리 사회에서 출산가 육아는 여성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육아 대체자로서 보모가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건 이런 사회적 현상과 변화에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 어린이집이 있는 이유,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는 사회적인 배려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른 딜레마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언제 어디서나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예측 불가능한 아이를 돌본다는 건 또다른 스트레스이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진짜 엄마라면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지만,가짜 엄마라면 그 상황이 달라진다. 아이에게 물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으면서 통제와 관리하는 그 모습 속에서 아이들의 심리 변화가 소설 곳곳에 숨어 있으며, 루이즈도 눈치를 보지만, 밀라와 아당 또한 두 사람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을 낳아준 진짜 엄마도 필요하지만 , 자신을 키워준 가짜 엄마로서 보모 루이즈도 필요하기에 언제 어디서나 상황에 따라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