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항아리
유익서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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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노래란 무엇인가. 즐거운 일이 있을 때 무심코 흥얼거려지는 것이 노래 아니겠는가. 슬픔이 마음을 파랗게 적실 때 탄식과 함께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 노래인 것이다. 그래, 마음과 육신이 고달픔을 겪을 때,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을 때,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저도 모르게 일어나 차고 오르는 충동이 노래를 낳는 것이다.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을 때도, 오래 헤어져 있어야 할 이별 앞에서도, 마음 속에 노래가 가득 고인다. 뿐만 아니라, 노래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 다리를 놓아주는 은밀한 구실도 한다. 노래란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는 최상급의 표현 수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p41)


소설을 펼쳐 들고 마지막까지 읽어가면서 우리 삶에서 노래란 무엇이가 생각해 보게 된다. 조선 후기 관에 소속된 기녀로 살아가야 하는 솔이의 운명, 솔이는 노래를 좋아하는 예인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엔 자신이 좋아한다고 해서 할 순 없는 그런 세상이였다. 노래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기에 그로 인해 고통과 슬픔이 솔이 앞에 놓여지게 된다. 솔이는 단지 노래를 하고 싶었고,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오동나무로 만든 항아리를 가질 수 있었다. 항아리는 양반들에게 흥미로운 하나의 유희였다. 하지만 오동나무로 만들어진 오지항아리,솔이가 가진 노래 항아리는 솔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지게 되면, 불행한 운명에 놓여지게 된다. 온전히 솔이 것이 되어야 하는 노래 항아리, 솔이는 노래항아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관기로서의 숙명을 포기하고 정처없이 떠돌게 된다.어미의 죽음을 마주해야 했던 솔이의 운명 속에서 추쉐꾼을 피해 남장을 하면서 여기저기 떠돌아 다녀야 하는 솔이는 그럼으로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자신의 목소리를르 세상 속에 내놓을 수 있었다. 


솔이가 가지고 있는 운명은 솔이 것이 아니었다. 노래 항아리는 솔이에게 이 세상에 없는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약속을 솔이에게 하고 있다. 그 약속을 지키면 솔이의 운명은 바뀔 수 있으며, 영원히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운명적인 연결 속에서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그 하나 하나 흥미롭게 읽어 나가게 된다. 또한 작가는 우리의 현실 속에 놓여진 많은 것들에 대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 그것은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자기 성찰 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솔이와 솔이의 어머니 그리고 솔이의 가족들에게 나타나는 운명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관찰하게 된다.


길에는 많은 생각이 깔려 있다. 발에 밟혀 굳어진 흙은 그에게 중량을 나누어 주고 간 사람들의 상념을 고스란히 다 싣고 있다. 뒹구는 돌멩이는 그를 스치고 간 사람들의 얼굴에서 인간의 희노애락을 다 보았다는 듯 노회한 눈을 하고 있다. 수없이 밟히고서도 마침내 노란 꽃을 피운 민들레는 슬픈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 마찬가지로 늘 무방비로 밟혀 여러 잎을 다 잃고도 질경이는 끝내 깔대기 모양의 흰 꽃을 피워낸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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