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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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을 모두 읽기로 결심하고 난 이후 그의 내면이 채워져 있는 다양한 문학 소설들을 접하게 되었다. 국내에 신간으로 번역된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를 알게 되고 나서 그가 쓴 장송이라는 소설을 집어들게 된 것이 처음이다. 그의 문학에 끌리게 된 건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에서 느꼈던 무게감이며, 그를 왜 천재 소설가라 부르는지 궁금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보다는 히라노 게이치로가 일본 노멜 문학상을 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 무렵이다.대중적이지 않지만 그의 생각과 가치관은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는 문체들을 담아낸다. 


이 책에는 그의 슬로 독서법이 등장한다. 슬로 독서법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의미있는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이다. 정보 시대가 도래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속독법이 유행하게 되었으며, 속독법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들이 우리 사회에 침투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생각에 대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슬로 독서와 슬로 라이팅을 하며, 다른 일본 작가들에 비해 작품 수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의 느린 독서법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으며, 자신의 독서법을 체크하는데 있어서 유용하다.


속독법은 명사와 동사를 중요시 한다. 정독은 조사와 조동사, 접속사 하나 하나 체크해 나가면 읽어간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독서를 하면서 빈 여백에 자신의 생각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느린 독서, 사전을 가까이 하면서 독서 하는 것,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려면, 독서 하는 과정에서 자주 물어봐야 한다고 히라노 게이치로는 언급한다. 접속사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하나의 연결고리이다. 하지만, 그러나,그렇지만 등등 접속사에 대해 작가는 왜 이 순간에 접속사를 등장시켰는지 독자 스스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슬로 독서에서 필요한 것은 멈춤이다. 독서를 하다가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것, 작가의 감정 동선에 따라 자신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소설 속에서 생략된 주어를 찾으려면 속독법은 바로 확인할 수 없다. 슬로독서법은 생략된 주어를 찾을 수 있다. 슬로 독서법은 문학 작품에서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 가치관을 이해하는데 유용하게 쓰여진다.


책에는 미시마 유키오, 카프카, 나쓰메 소세키, 그리고 자신이 쓴 장송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카프카의  <다리>와 푸코의 <성의 역사1>를 읽어가는 그 과정이 흥미롭다. 난해한 작품을 쓰는 대표적인 작가 카프카의 소설을 이해하려면, 그의 문장 하나 하나 해체하고, 다시 통합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저자는 책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그 흔적들을 독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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