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

Le Livre des Baltimore (Audio CD)
Dicker-J / Audiolib / 2016년 2월

조엘 디케르의 소설 <볼티모어의 서>는 상당히 두꺼운 편이다. 처음 느꼈던 그 부담감은 100페이지가 넘어서면서 두려움이 설레임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술술 읽혀졌다. 소설 속 주인공 마커스 골드먼은 작가 '조엘 디케르'의 분신이 아닐까 착각될 정도로 주인공의 이미지와 삶, 인생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마커스 골드먼이 유명한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이면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열등감과 결핍이다. 마커스의 열등감과 결핍의 정체를 이 소설을 통해, 종이문에 구멍을 내며 사랑방을 들여다 보았던 것처럼 이 소설도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소설 속에는 두 가문이 등장한다. 볼티모어 골드먼 가와 몬트클레어 골드먼 가 , 이 두 가문은 바로 큰아버지와 아버지 관계이다. 유명 로vja을 세워서 돈을 벌았던 볼티모어 골드먼가의 사울 골드먼가와 달리 , 몬트 클레어 골드먼가의 자녀인 마커스 골드먼은 아버지의 가난함에 대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변호사 사울과 존스홉킨스 병원 의사인 아니타 사이에 태어난 힐렐 골드먼, 힐렐과 함께 살아가는 우드로 핀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얶일 수 밖에 없는 불안정한 관계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독특한 요소 힐렐과 마커스, 우드, 마커스가 좋아하는 알렉산드라는 네사람이 모여 '골드만 갱단'을 만들었으며, 서로 친한 관계와 독독함을 만들어가며 성장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 이들의 행각들이 자세히 드러난다. 작가는 '골드만 갱단'의 네 사람의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 소설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때로는 은밀하게 감추고 , 때로는 힌트를 드러내 우리에게 궁금증을 유발 시키고 있다. 여기서 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바로 우리의 인간의 삶에 대해서, 우리에게 나타나는 수많은 일들이 갑작스렇게 엉뚱한 곳으로 전환될 때 인간은 그걸 얼마나 이해하고, 바라보느냐였다. 누군가 저지른 어떤 행돌에 대해서 인간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판함으로서, 미연에 막을 수 있었던 어떤 일이 최악의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는 그 사실을 이 소설에 드러내고 있다. 죽음에 대해서, 더 나아가 그들에게 드리워진 운명들은 작가가 의도한 대로 이끌어 나가고 잇으며, 독자는 작가의 동선에 따라 움직인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불러 일으키는 것처럼, '골드만 갱단'에서  누군가 저지른 어떤 일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 소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하나 등장한다. 돈이 많고 명예를 가비고 있는 사울의 삶을 들여다 보면 , 그 누구도 부러워 할 수 밖에 없다. 불패를 자랑하는 로펌 변호사는 돈을 끌어 보은다. 존스홉킨스 의사로서 아니타도 마찬가지였다. 둘 사이에 태어난 귀한 아이 힐렐을 보면 평탄한 인생을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우리의 상식들을 파괴한다. 성공과 행복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볼티모어 골드먼 가의 삶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또한 몬트 클레어 골드먼가의 마커스의 성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흙수저가 금수저로 바뀌는 그 과정, 마커스의 말렉산드라를 바라보는 응큼함과 사랑을 이 소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은 우리앞에 주어진 것들이 허공에서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이 소설은 그 사실을 절묘하게, 흥미롭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 언제나 희극으로 끝나거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