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명소 - 수필과 그림으로 보는
임미옥 지음 / 봄봄스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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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수필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졌다. 에세이가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진 책들은 에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건 생각의 변화였고, 관념의 변화였다. 낡음에 새로움으로 대체되었고, 생각도 가치관도 그렇게 바뀌고 있다. 이 책에 담겨진 우리의 과거의 이야기들을 잔잔히 펼쳐보면서 우리네 삶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고 새롭고 세련되어짐을 마주하게 된다. 온전히 인위적인 것은 세월이 흘러 사라지게 되고 , 무언가로 대체된다. 온전히 자연이 주는 것만 자연의 섭리에 거스르지 않고 수천년을 견디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산과 들, 나무 하나 하나 까지 생명이 잉태되고 다시 새로 생겨나면 자연의 순환에 대해서 하나 하나 배워나갔다. 


세상에 수많은 풍경들이 있지만, 이처럼 다정한 풍경이 있으랴, 세상에 많은 언어가 통용되지만 품는다는 말처럼 따뜻한 언어가 있으랴, 다정함과 따뜻함, 새는 알을 품고, 품어 낳은 알을 둥지가 품는다. 더 이상의 욕심이 일지 않는 , 차분한 마음이 가라 앉는다, 그림을 감상하는 정석이 있지만 느낌가는대로 터치하며 이는 감정의 파문에 온전히 맡기며 감상도 한다. 자연과 합일한, 작가 스스로 느껴진 감정을 화폭에 투영하여 미적정서를 형성한 화제(畫題) '무심천의 손님'에 마음이 머문다. (p82)


내가 지나온 충청도에 대한 기억은 대전 계룡산과 단양 충주 , 제첨 금수산, 증평 뿐이다. 내가 충청도 사람이었다면, 청주에 살았다면 이 책을 온전히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막연히 읽어갔으며, 책에 나오는 어떤 장소가 어디인지 갸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에 있는 삼겹살 거리는 서문시장의 명물이다 . 매달 3일이면 삼고기를 싸게 판다고 한다. 선착순이라 하니 빨리 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먹고 싶은 걸 얻어 먹을 수 있을테니까. 어느 지역에 대한 기억들은 그 지역의 삶과 정서를 대변한다.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에 있는 '용두사지 철당간'은 국보 41호이다. 문화재적 가치로도 의미가 있는 이 문화재는 청주 사람에게 하나의 추억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첫눈 오는 날 용두사지 철당간에 만나자?' 이런 말은 자동차가 많지 않았던 그 시절 청주시민들에게 통용되는 만남의 장소였다. 내가 사는 곳에도 '용두사지 철당간'과 같은 곳이 있다. 물론 그곳은 문화재가 아닌 약국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하면 친구끼리 '오늘 장당에서 만날까?','일요일에 장당에 온나!!' 하면 서로가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추억은 하나의 공간과 하나의 장소, 하나의 명물에 의해서 교차되고,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시일이 흘러 많은 것이 변해도 우리의 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소백산 이야기다. 소백산에 대해선 여전히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충청도 사람은 소백산을 충청도 꺼라 하고, 경상도 사람은 소백산을 경상도 꺼라 한다.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경계에 있는 소백산에 대해서 경제적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우리네 정서, 그것은 우리의 삶에 대해 불편함을 야기시킨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 인간의 인위적인 행위가 끼어들면, 그것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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