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남시집 오케스트라 경기문학 13
박찬순 지음 / 테오리아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경기 문학 13번째 소설 북남 오케스트라 이다. 이 책은 1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얇은 책에 <북남 시집 오케스트라>와 <재의 축제> 두 편이 소개되고 있다. 단편 소설이며, 실험적인 느낌이 드는 이 소설 속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의 우리들의 삶을 엿보게 만든다. 때로는 웃을 수 맊에 없고, 씁씁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책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읽어 나간다.이 소설에 나오는 단편 소설 하나 하나의 제목은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첫번째 소설 <북남 시집 오케스트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방인이다. 카이로의 영국계 초등학교에서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주인공은 런던에서 태어났지만, 아랍인도, 서구인도 아닌 그렇다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묘한 이방인으로서 살아온 지난날 주인공을 위로해 주는 건 음악이다. 주인공의 모국에 돌아와 그것도 남한과 북한이 대치하는 포탄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는 곳, 남과 북의 완충지대인 서해 북방 한계선의 작은 섬에서 오케스트라 연주 준비를 하는데, 그 오케스트라 이름은 '북남 시집 오케스트라'라고 부르고 있다. 남북 오케스트라가 아닌 북남 시집 오케스트라로 명명한 이유는 신선하다는 이유 단 하나의 이유였다. 소설 속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내면의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눈길이 간다.그건 떠도는 인생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이 느끼는 암묵적인 불안이며, 음악을 사랑하는 또다른 이유였다.


"악단 이름이 왜 남북시집이 아니고 북남시집이지요?"
"별 이유는 없어요. 그동안 남북이라는 말은 하도 자주 들어 익숙하지만 북남이라는 말은 낯설어 좀 더 신선하기 때문이라는 것밖에는."(p29)


두 번째 소설 <재의 축제>의 배경 장소는 장례식이다. 남편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시내는 장례식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남편의 동창생이 장례식에 찾아오는데, 그 안에서 남편의 과거의 모습을 알게 된다. 평소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들,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남편의 모습과 동창생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에서 남편의 과거의 추억이 하나 둘 드러나는데, 시내는 그 걸 마주하면서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남편과 시내를 동시에 알고 있는 이는 시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 사람은 시내에게서 죄책감을 하나 느끼고 있었다. 시내는 그것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였고, 그 사람은 기억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누군가는 나에 대해서 기억하고 살아간다는 걸 이 소설에서 드러내고 있다. 나는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듣는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그 생각을 잠시 하게 된다.


그녀는 목청 높여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었노라고, 왜 난들 어느 휴일 남편과 함께 당구장에서 자장면을 시켜놓고 한 큐 치고 한 젓가락 먹고 도란도란 애기 나누며 한 게임 하고 싶지 않았겠냐고. 하지만 공중으로 흩어져 버린 석류알들이었다.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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