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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閣寺 (文庫) (Paperback) - 改版
미시마 유키오 / 新潮社 / 1960년 9월
평점 :
품절
2009년 이전이었다. 문학 동네에서 나온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을 알기 전 이 작가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가 쓴 책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 는 극우성향의 미시마 유키오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이었고, 저자의 성향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이 책은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기억 날 뿐이었다. (아니 한글로 쓰여졌음에도 문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에 관한 사료들을 탐닉하게 되고 말았다. 내 머리 속에서 맴돌았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은 절판된 상태였고, 중고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났다. 이제서야 그의 대표작 <금각사>를 접하게 되었고, 조만간 가면의 고백도 읽을 참이다. 이 책은 1950년대에 하야시 쇼켄이 저지른 금각사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그 인물의 특징을 투영함과 동시에 미시마 유키오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열듬감과 자기 혐오, 모순됨, 더 나아가 천재 소설가였지만 극단적인 할복자살을 선택했던 미시마 유키오는 왜 그렇게 많은 소설가에게 회자 되고 있으며, 무라카미 하루키, 히라노 게이치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하였다.
소설 금각사에는 주인공 미조구치가 나온다. 그는 어려서부터 말더듬이였으며, 예쁜 여자 아이 우이코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스님이었던 아버지와 가난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조구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말더듬 현상에 대한 열등감이 숨어 있으며, 그것이 자기 혐오로 투영된다. 하지만 미조구치느 영어를 사용할 때느 말을 더듬지 않는다. 우이코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 어려서 함께 했던 쓰루카와의 죽음은 미조유치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대학생이 되어서 만난 앉은뱅이 가시와키의 만남에서 미조유치의 생각과 가치관의 변화가 이 소설에 미시마 유키오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 안에서 미조구치의 불안과 미에 대한 탐닉을 엿볼 수 있다.
나는 금각이 그 미를 숨기고, 무언가 다른 물체로 둔갑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좀 더 금각에 접근하여, 내 눈에 추하게 느껴지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하나하나 세부를 점검하여, 미의 핵심을 이 눈으로 보아야 한다. 내가 눈에 보이는 미만을 믿고 있었던 이상, 이러한 태도는 당연하였다. (p29)
금각사가 가지고 있는 지속적인 미, 그것은 미조구치가 얻고자 하는 욕망이다. 스스로 말더듬이에다가 추하가도 생각하느 미조구치는 금각사를 보면서 스스로 상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금각사에 불을 지르기로 결심한 것은 자신의 내면의 열등감으로 인해 상념과 몽상이 교차되면서, 또다른 일탈의 형태로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우이코와 아버지, 쓰루카와의 죽음과 그 추억이 금각사에 남아 있었기에 자신의 존재적 가치 또한 금각사와 동일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며, 미조구치는 스스의 마음 언저리에 남아있는 몽상들을 실행으로 옮기게 되었다.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서 , 금각사를 없앰으로서, 그 다음에 자신이 사라짐으로서 또다른 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 작가의 생각과 교차되어진다.
이상하게 여겨빌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나는 금각을 공습과 결부시켜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이판이 함락된 이후로 본토 공습도 불가피하게 되었기에 교토 시의 일부에도 강제 소개령이 내려졌으나, 그래도 금각이라는 반영구적인 존재와 공습이라는 재앙과는 , 나의 내부에서 서로 무관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금감불괴의 금각과 과학적인 불과는 , 서로 이질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마주치더라도 서로 슬쩍 몸을 비킬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금각은, 공습의 불길에 타 없어질지도 모른다. 이대로 간다면, 금각이 재로 변할 것은 확실하였다. (p46)
돌연히 나에게 떠오른 상념이, 가시와기의 말처럼, 잔학한 상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여간에 이 상념은, 느닷없이 나의 몸 속에서 생겨나, 아까부터 떠오르던 의미를 계시하며, 환하게 나의 내부를 비추기 시작하였다. 아직 나는 그것을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햇빛을 쬐듯이 그 상념을 쬐고 있음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혀 느껴 보지도 못했던 이 생각은, 생겨남과 동시에 강력하고 거대하였다. 오히려 내가 그것에 감싸였다. 그 상념이란, 이런 것이었다.
'금각을 불태워야 한다.'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