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기행 - 제주를 두 번째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 오름 40곳
손민호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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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섬사람의 것이지만, 섬 이름은 섬사람의 것이 아니다. 뭍사람의 것이다. 섬을 부르는 이름에는 대부분 섬 바깥의 시선이 반영돼 있다. 예컨데 전남 신안의 흑산도는 섬이 까매서 흑산도가 됐다. (p133)


제주도에 30일간의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책 <제주, 오름, 기행>한 권을 가지고 가고 싶다.이 책은 제주의 자연의 모습을 오롯히 기록하고 있어서였다. 우리는 제주도를 제주도라는 대한민국에서 큰 섬으로 인식하지만, 실제 제주도는 한라산의 일부분이다. 화산섬이라 부르는 제주도에서 한라산 이외에 화산 활동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여 있다. 특히 364개의 오름을 들여다 보면 제주도의 자연이 가지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동쪽 해돋이 명소인 성산 일출봉에서 반대편 해넘이 명소인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까지 40개의 오름에 대해서 이 책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나는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제주도라는 하나의 공간에 대해서 나 혼자경험하고 돌아본다면 일부분만 체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책 한권을 가지고 간다면, 내가 보는 시야의 폭은 넓어지게 된다. 한라산만 바라보는 뭍사람으로서 제주도 곳곳에 숨어있는 비경들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 곳곳에 숨어있는 자연의 지질학적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특히 저자는 제주도 곳곳의 명칭에 대해서 그 명칭이 제주도 사람이 아닌 뭍사람이 지은 이름이라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곳이 우도와 곶자왈이다.북방 한계식물과 남방 한계식물이 어우러져 있는 곶자왈은 제주 섬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들은 곶자왈을 저지오름이라고 부른다.또한 우도에는 소가 없지만 우도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뭍사람이 지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아픈 상처가 숨어있다. 4.3 사건으로 인해 한 마을이 초토화 되었고, 조선의 유배지로도 유명한곳이다. 송시열, 추사 김정희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 유배형을 떠난 이유는 역모였다. 지금은 아름다운 자연과 비경을 자랑하지만 조선시대에 이곳은 외지인에게 허락되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사형 다음으로 가는 처벌이 바로 제주도 유배형이며, 이곳에서 죽음을 면하기 힘들었다. 바굼지오름 불쪽 들판 너머에는 추사 유배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 질 녘 함덕 바다. 이 아름다운 바다에 제주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가 어려있다. 아름다워 슬픈 것인가. 슬퍼서 아름다운 것인가. (p182)


국내 유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도. 한라산 기슭 800m 이상의 천연보호구역과 성산 일출봉 일대,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 이 세곳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이다. 여기서 책에는 거문 오름이 왜 세계자연 유산 목록으로 오른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건 유네스코가 인정하기 전 우리는 거문오름의 가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제주도에는 거문오름과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오름이 많았기에 거문오름의 특별한 가치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다.  저자는 거문오름의 외형적 특징에 대해서 별 볼일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거문오르의 땅속은 그렇지 않다. 2005년 구좌읍 월정리에서 전신주 교체작업 도중에 따이 꺼지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그 안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신비로운 자연 동굴이 숨어 있었다. 유네스코는 세계최대 규모의 '유사 석회동굴' 용천동굴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거문오름이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오른 이유였다. 그래서 이 곳은 하루탐방인원 하루 45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어야 한다.우리가 지정해 놓은 국립공원은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적 가치를 들어 국립공원 조차 훼손하고 있다. 자연에 대해서 주인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에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 제주도도 마찬가지 이다. 제주도전체 면적의 10퍼센트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현재, 우리가 할 일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후손에게 물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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