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7.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책 표지에 등장하는 텔레비전은 외할머니 집에 있는 TV 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릴 적 봤던 텔레비전은 아무나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항상 미닫이 문에 닫혀 있었던 신기한 물건, 시간이 흘러서 텔레비전은 손으로 원을 따라 채널을 돌리는 아날로그 TV 로 바뀌게 된다. 그 물건은 아직 외갓집에 있으며, 외할머니의 마지막 유품이기도 했다. 새것을 사주고 싶어도 '고마 치아라' 하셨던 외할머니의 옹고집스런 모습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속상한 마음이 먼저 든다. 그땐 몰랐던, 아니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샘터 11월호에는 따스함과 안타까움에 대한 이야기가 병행되어서 나오고 있다. 첨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바로 약사 김유곤 씨 이야기. 심야 약국을 운영하는 24시간 대기조 김유곤 약사. 대한 약사회가 실시한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에 처음 6개월간 계약기간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건 6개월동안 만났던 사람들 때문이 아닐런지, 저 먼곳에서 1000원이 채 안되는 관장약을 사러 온 아이 엄마의 이야기는 김유곤 약사에게 있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 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기억이다. 살다보면 그런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중에서 약사 김유곤씨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자신이 번 돈을 의미있는 곳에 쓴다는 것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 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이야기는 <우리가 만드는 '민립중앙도서관'> 이다.책을 좋아하는 나는 도서관에 책을 빌릴 때 뭔가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같은 작가의 책이 다양하게 보여지지 않고, 어떤 작가의 5년이 지난 책들은 희망도서로 채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언제 읽을 지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사서 집안에 쌓아 놓는 것 또한 어리석은 행동이다. 나의 그 욕심에 대해 새로운 대안이 바로 샘터 11월호에 등장하였고, 장웅 대표가 운영하는 '국민도서관 책꽂이'였다.제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이동하는 우리 사회에서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사를 하면 아깝지만 팔아야 했던 기억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바로 '국민도서관 책꽃이' 사이트를 바로 들어가 '히라노 게이치로','미시마 유키오','미야베 미유키' 등등 검색해 봤다. 그리고 내가 의도한 것들이 들어맞는 순간이다. 내가 원하던 책들, 품절되고 절판된 책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다. 항상 북코아, 중고나라, 북아일랜드를 기웃거리면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하는 행동은 이제 할 필요가 없어졌다.


책에는 <즐거운 사라>를 쓴 소설가 마광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의 안타까운 삶은 우리에게 슬픔으로 다가온다. 왜 죽었을까, 그는 왜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가, 많은 이들은 그의 죽음 이후에서야 관심가지게 되었고, 그의 과거의 책들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관심은 조만간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 곁에서 왔다가 떠나간 그의 삶을 보면서 미술 평론가 황인씨의 소설가 마광수의 추억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1960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제니스 조플린이 부른 노래 '볼 앤 체인' 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이 간다. 


그는 여리고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정이 많아 힘든 제자들의 등록금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외설 시비의 필화사건으로 영어의 몸이 됐고 한 때 교수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그는 쉬운 글을 최고의 문장으로 쳤다. 누구나 읽기 쉬운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불편해했고 어렵게 대했다. 탐미와는 거리가 먼 폭력의 볼 앤 체인을 그의 발목에 묶었다. 오랫동안 그를 묶은 볼 앤 체인을 푼 건 스스로 택한 죽음이었다.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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