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편지 - 붙잡고 싶었던 당신과의 그 모든 순간들
이인석 지음 / 라온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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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타임머신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앞에 놓여진 디지털은 과거 우리 곁에 있었던 아날로그 향수를 하나둘 놓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지 않고, 쓰레기를 넣는 지금 우리의 현주소, 전화박스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변화는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소소한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 아타까울 따름이다. 효율성과 돈을 먼저 생가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가치들이 사라지고 있다. 저자 이인석씨는 그렇게 우리의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모으기 시작하였으며, 편지봉투에 소인이 찍힌 편지였다.그 안에 숨어있는 과거의 우리 모습은 우리의 부모님,할아버지 할머니의 삶과 교차되어 간다.


책에는 저자에 의해서 수집된 15만장의 편지중 60여개의 편지가 담겨져 있으며, 베트남 전쟁, 사우디에 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베트남 전쟁을 월남 전쟁이라 불렀던 그 시절, 한국인은 달라를 벌기 위해서, 미국에 협조하였으며, 베트남 파병 동참하게 되었다. 고엽제가 무엇인지 모르던 그 때 가난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은 월남전 밖에 별다른 것이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월남전과 사우디에 갔던 큰아버지가 생각났으며, 지금 고엽제 휴유증을 가지고 계신다. 사우디 그 뜨거운 더위를 견디기 위해 차가운 물을 들이켜야 했던 그 때의 기억들은 아련하게 우리의 과거 속에 숨쉬고 있었다.


책에서 눈길이 가는 건 편지 속 이름들이다. 은주아빠와 은주 엄마, 영순이, 현숙이, 그리고 순자. 책 속에 나오는 이름들을 보면서 내 가족과 친척들의 이름과 겹쳐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편지 하나에는 다양한 사연들 뿐 아니라 그때는 이렇게 살았구나 가늠하게 된다. 가난했기에 절약했고, 아껴쎴던 그시절, 변변한 약이 없었기에 편지 속에는 언제나 건강에 대한 염려가 담겨진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애틋하였고, 때로는 부모에게 스스로 불초, 불효자라고 생각한 건 아닐런지, 타국에서 살아가면서 낯선 사람들과 살아야 했던 그 모습, 그 안에 감춰진 또다른 불안과 걱정, 근심이 편지 속에는 담겨져 있다. 군인이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는 또다른 사랑이 묻어나 있으며, 당당함과 순수함, 부끄러움이 교차되는 사연들이 곳곳에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아련하고, 무언가 묵직하였다. 그들에겐 또다른 사명감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고국을 바라보는 애국심, 그 애국심은 지금 우리에게 풍요로운 삶을 선물해 주었고, 도시보다 농촌에 머물러 있었던 그들의 부모님의 모습 속에는 가을 추수와 논과 밭, 이장님에 대한 요구와 부탁이 있다. 편지 하나 하나에서 느껴지는 그 때의 단어와 문장, 언어 속에는 그땐 이런 단어들을 사용했구나 하며 느낄 수 있다.


그 땐 그렇게 살았다. 남아 선호사상이 우선이었고, 월남전에 파병 나가고 사우디에 일하러 가면서, 타국에서 가장 노릇도 함께 해야 했다. 월남으로 갔던 고국의 편지는 헬리콥터에 실려 대한민국에서 월남으로 공수되고 , 공수 되어진다. 그 안에서의 우리 삶은 이제 그렇게 조금씩 흐려지게 됨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동질감을 느꼈으며, 나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나와서 더 애틋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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