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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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답지 못할 때가 불안을 느낄 때이다. 지극히 동물와 가까워지며, 몸서리 쳐질 때, 이유없이 맹목적으로 불안이 엄습해 올 때 우리는 무언가에게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다가가고 싶어한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규칙은 그렇게 불안이라는 실체와 마주하게 되고, 불안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돌아간다. 겸손이라고 말하는 추상적인 언어는 어쩌면 우리 스스로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은 아닐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불안을 느낄 때 이불로 피신하는 한 소녀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사람마나 느끼는 그 감정은 그렇게 억눌렸던 마음 , 숨기며 살았던 나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이며,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우리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언제까지 베개에 고개를 처 박고 울건지, 누군가의 어깨를 맘 편히 적셔본 기억을 찾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 (p21)

운다는 것은 나에게 솔직해진다는 거 아닐까, 눈물은 나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혼자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우리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순간 아이가 되어간다. 솔직해지려면,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면 눈물을 흘리는 건 어떨지.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다.

' 나 지금 숨이 안 쉬어 ㅏ어라어ㅣ루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문자 전송을 누르지 못하고 다시 나를 보았다. 분홍색과 보라색이 섞인 줄무늬 잠옷을 이고 있네? 나는 갈색 티셔츠를 입고 잠들었는데?

알아챈 순간 아주 천천히 눈이 떠졌다. (p26)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슬퍼한 그 순간 우리는 슬픔이라는 심연의 늪에 빠져든다. 숨쉬기 힘든 그 순간에, 갑자기 그 감정이 흔들릴 때가 있다. 모순된 그 감정, 이 문잔 속에 오롯히 담겨진다. 그건 나의 영혼이 감성에서 이성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리운 감정은
강점일까
감점일까 (p44)

안 좋은 기억 열 개가 있어도 좋은 기억 하나가 있으면 그 하나의 기억이 확장되어 힘을 얻어 버티고 견디며 사는 거 아닐까. 불행은 시도 때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머릿 속 사건 사고 기억 파일은 수시로 리섹이 되는데 행복한 순간의 모습은 오래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p50)

"아빠는 말이야, 간다면 가고 온다면 와. 그건 꼭 지켜.'올 수 있어?' 했을 때 '응 갈께' 머리 안 쓰고 한 번에 대답이 나오는 관계 있지? 그러면 가,늦더라도 가.'(p68)

"친구들이 '괜찮아?'라고 질문하는 게 싫어요?"
"네, 싫어요"

내가 답을 하자 금방 되돌아논다.
"그러면 '안 괜찮아?'라고 묻는 건 어때요?'
대답 대신 눈물이 쏟아진다.(p86)

만남과 헤어짐, 가까워짐과 멀어짐, 우리의 인생 속에는 이 두가지가 교차된다. 때로는 그 멀어짐이 저 먼곳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생길 때도 있다. 그로 인해서 느끼는 감정은 나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 봇물 터지는 그 감정, 눈물이 난다, 슬프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감정은 나 스스로 그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니 모른 채 나는 그렇게 무방비 상태가 되어 , 야생 속에 어린 새끼 양이 되어 버린다.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은 우리 내면에 숨어있는 불안이다. 누군가의 불안을 마주할 때 그 불안은 나의 잊혀진 불안을 끄집어 내고, 그로 인해 나는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말았다. 치유된 줄 알았던 그 상처가 다시 나에게 또다른 아픔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걸 느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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