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우리 - 고승의 환생, 린포체 앙뚜 이야기
문창용 지음 / 홍익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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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이분은 전생에 티베트 캄의 소승이셨습니다. 그 분이 이승을 떠나신 이후에 린포체로 라다크에 다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티베트의 캄으로 가야 합니다. 린포체 님은 전생에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꼭 거기로 돌아가고 싶어 하십니다. " (p211~p212)

이 책의 처음 시작은 9년전 라다크로 옮겨진다. 다큐를 찍었던 저자는 이곳에서 택시를 타게 되었고, 한 고승과 동자승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라다크 오지 삭티에서만 살았던 앙뚜는 다섯살 되는 해, 자신의 전생에 대해 부모님게 말하고 있었고, 1년 뒤 린포체로 인정받게 된다. 불교 성지 티베트에서 린포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생의 명망있는 고승이 세상을 떠난뒤 현생에 다시 나타는것, 린포체는 또다른 부처였으며, 사람들은 린포체를 우러러 보고 있었다. 


이 책은 그렇게 린포체 파드마 앙뚜와 앙뚜의 스승 우르갼 릭젠의 이야기가 담겨지고 있다. 하나의 사원에 하나의 린포체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앙뚜가 사원에서 쫒겨날 수 밖에 없었다. 사원이 없고, 제자가 없는 린포체는 린포체로서의 존재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우르갼은 앙뚜와 함께 살아가면서 앙뚜가 마주하는 정체성, 전생이 현생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책임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수도승으로서 유르갼은 앙뚜에게 스승이지만, 린포체를 모시는 제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부모님 역할도 도맡아 하게 된다. 대대로 이어온 자신의 본업 의사의 역할도 내려놓고 앙뚜를 위해 살아가는 그 흔적들, 그것이 이 책에 고스란히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인연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만남과 헤어짐이 불가피한 가운데 앙뚜에게 있어서 우르갼은 가족 다음으로 소중한 존재였다. 린포체로서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삶,  그 삶은 때로는 외롭고 부침이 많았다. 영하 20도의 추운 라다크에서의 삶, 그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두 사람 사이의 애틋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앙뚜가 가야할 본연의 길을 걷기 위해서, 3000km 의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라다크에서 인도의 수도 뉴델리로, 바라나시를 거쳐,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불교의 성지 부다가야를 지나게 된다. 인도와 티베트의 국경지대를 넘어가는 길목에는 중국 수비대가 있다. 티베트를 점령하고 있는 중국으로 인해 두 사람은 그렇게 긴 여정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며, 앙뚜는 무사히 자신의 전생의 기억을 쫒아 사원에 도착하게 된다. 앙뚜는 자신과 함께 살아온 우르갼 릭젠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게 되었다.


스승님은 울고 있었다. 어깨조차 들먹이지 않고 엎드려 웅크린 채로 안으로, 안으로만, 삭히며 흐느끼는 울음이었다. 이젠 작별이다. 피붙이보다 더 진한 인연으로 지금껏 지내온 인연을 여기서 멈춰야 한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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