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추다 - 딱 하나뿐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망각되다는 건 때로는 축복이고, 때로는 지옥이다. 정말 소중한 것을, 기억되어야 하는 걸 기억하지 못하고, 망각되어야 하는 걸 되새김질하고 기억하게 되는 것,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삶이 힘든가 보다. 나의 정체성에 대해 되물어 보고 생각이 많은 건 어쩌면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자아에 대해 되물어 보고 있으며, 나와 남을 괴로히고 살아가는 건 왜일까에 대해 물어볼 때가 있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헤메고 흔들리고, 때로는 취해서, 어디론가 기대어 넘어지게 되는데, 살아가는 것이 팍팍할수록 우리는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것드를 바라 보면서 취하며 살아간다. 취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르 통해 망각된 나의 모습을 다시 드러낸다.


이 책에는 개와 고양이, 책과 나에 대해서 나온다. 글 속에는 누군가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으며, 그 안에는 나의 또다른 자아도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야기는 공감이 가고 어떤 이야기는 나와 다름에 대해 무관심해진다.,다름과 틀립에 대해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머리로는 다름과 틀림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지만, 몸으로는 다름과 틀림을 동일시하며 모순된 삶을 살아갈 때가 있다. 그것은 분명 누군가에게 예의없음으로 바뀌게 되고, 상처를 줄 때가 있다. 자신은 안 그런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받으며 살아간다. 끊임없는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 번뇌속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에게 묻습니다.
"영원이란 얼마나 긴 거야?"
그러자 흰 토끼가 대답합니다.
"음 , 때로는 1초에 불과하지." (p69)


너무나도 생각할 꺼리가 많은 짧은 문장이다. 어릴 적부터 읽어왔던 동화 이야기는, 어른이 되어서 읽어보면 그 느낌이 다르다. 인간에게 영원이란 100년이 될 수 있고, 그보다 짧을 수 있다. 파리와 모리에게 영원이란 1초가 될 수 있다. 여름철 울다 지나가는 매미에게 영원이란 얼마나 될까, 그렇게 자연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들은 각각 영원의 의미는 달라진다.자연속의 생명들은 영원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고 주어진대로 살아간다. 오로지 인간만이 영원을 늘리기 위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명이 늘어나는 건 축복이지만, 돌이켜 보면 그것은 우리의 불안과 고통의 근원이 된다. 

어느날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딱 일년만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며 고민하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라고. 그래서 나는 대답했습니다. 백년 중에 고작 일년인데 뭐 어때. (p93)


선택하고 고민하고 결정내리는 것,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순간에 흔들린다.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일까 틀린 것일까,돌이켜 보면 옳고 틀리다가 문제가 아니라,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였다. 실패해도 괜찮아, 그것이 우리에게 더 필요하다는 걸, 도전해서 그것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분명 무언가는 남게 되고, 그것은 또다른 기회가 된다. 벗어나면 다시 되돌아오면 된다느 그 진리를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 삶은 그렇게 우연과 선택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주위 사람들이 어느날 나에게 "너, 변한 것 같아."라는 말을 합니다. 나는 그저 사람들이 내게 원하는 대로 사는 일을 그만두었을 뿐입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박수를 받기 위해 일을 하지 앟을 것입니다. 대신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 살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눈치 보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데 충실하겠습니다. (p141)

누군가는 나르 보면서 그랬을 것 같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테지만, 나는 지난 날에 비해서 많이 변했다. 거절 하지 못하고, 싫어도 싫다고 말하지 못햇다. 싫다고 말하는 게 예의없음으로 비추어질까,오만함으로 비추어질까 싶어서 그것이 때로는 겁이 났다. 그들은 나에 대해 알고 있었고, 나는 때로는 거짓말을 할 때도 있었다. 어렸을 적 그때 멈추었어야 했는데, 그걸 하지 못함에 대해서 나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된다. 미움받기 싫어서,나는 그 태두리에서 벗어날 줄 몰라서, 거기서 벗어나면 큰일 날 거라 생각했다. 나에 대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까 두려워서,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의 결정이 때로는 벗어나더라도, 세상이 원하는데로, 주어진데서 벗어나더라도 문제되는 것 하나도 없었다.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달라지므로, 나의 선택이 달라지면 그들의 선택과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이젠 깨닫게 된다. 나의 선택과 결저에 대해서, 그들에게서 내가 서운함을 느낄 것 같은 그 순간을 나 스스로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일도 아닌 것을 그땐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