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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둘쨉니다 - 육삼 이혜경 등단 10년 소설집
이혜경 지음 / 온하루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이 소설의 표지만 놓고 보면 은은함과 정적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책 표지와 달리 소설의 실제 느낌은 거칠고 까칠까칠하다. 어려운 문체로 쓰여져 있으며, 우리 삶에 대해서 태어남과 죽음 그 경계선에 놓여져 있는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왜 작가는 '둘째' 라는 하나의 단어, 또다른 차별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언어를 코드로 형성했는지 알고 싶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려움을 느꼈던 이유는 바로 이 소설은 우리 인생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며, 어느정도 살아온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인내하면서 우리 삶에 던져진 폭행에 대해서 누구에세 하소연할 수 없었던 우리의 삶을 이 소설 속에 고스란이 내 비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작가는 "92년생 김지영" 처럼 우리의 삶 자체를 드러내고자 한게 아닌 우리의 부모님의 삶을 드러내고 싶었던 건 아닐런지..
첫뻔째 단편 소설은 블랙아웃이다. 소설 속 화자는 둘째이다. 형이 있었고,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내면을 비추고 있다. 자신에게 야구가 무엇인지 가르쳐 줬던 형, 코리안 시리즈에 가자고 했던 형,어느날 수사관이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물어봤다. 그리고 아빠는 '미안하자 주은아"에 "그렇게 미안하면 죽던가." 라는 말을 던지는데.. 두 사람의 대화 속에 감춰진 불행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어미가 죽었는데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 독한년이라 불리는 그 이유는 무얼까 궁금하게 만든다.
두번째 이야기 <제가 그 둘쨉니다>에는 비린내 가득한 내음새가 진동하는 엄마와 둘째가 나온다. 둘째에게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엄마는 돈만 아는 그런 존재다. 둘째는 그런 엄마에게 관심 받고 싶어서 , 의미없는 단어들을 내밷고 말았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말에 엄마의 분노라도 좋으니 아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대꾸라도 해주길 원했지만, 돌아오는 건 무관심이다. 둘째는 돈에 집착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고, 엄마가 자신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꼈고, 자신을 미워한다 생각했다. 그렇게 삐뚤어진 행동의 그 근원에는 '미움'이 싹트고 있다.
<핑크 키티>에는 자신의 몸을 파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 아이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눈동자만 끔뻑끔벅거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무언가 애처롭기 하다.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이는 가족 이외에 규빈이 있다. '창녀','화냥년' 소리르 들어야 하는 엄마의 모습, 돌이켜 보면 주인공의 모습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 등장하는 그레고리 잠자와 같은 존재였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존재, 그 존재는 그렇게 무기려한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과거의 모습들이다.학교에서 폭행이 용납되고,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 그 아이들은 성장해서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 본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각각의 소설 속에는 사는 것보다 죽고 싶은게 더 나을지도 모르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나오고 있으며, 그들의 삶은 고통스러움과 가난함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삶, 그 삶은 그렇게 '둘째'라는 하나의 코드애 모여지게 되며, 수직적인 사회와 계층화된 사회 안에서 차별과 편견을 느끼며 살아가는 둘째의 모습이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