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조선사 - 군자의 얼굴을 한 야만의 오백 년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1
조윤민 지음 / 글항아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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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내가 배운 역사는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있는 걸까. 내가 배운 역사는 바른 걸까, 바르지 않는 걸까.. 내가 배웠던 역사와 다른 역사책을 접하면, 지금 읽었던 이 책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대체로 내가 배웠던 한국사는 옳은 역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상강오륜과 황희정승에 대한 이야기, 한글창제에 대해서, 선비와 왕의 업적에 대해서,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것에 대해 어두운 면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역사적 가치는 아니다.


조선에 대해 말하자면 양반과 선비에 대해 빼놓고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내가 사는 곳은 선비의 고장이라 자부하는 곳이며, 선비가 추구했던 가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이다. 선비가 추구했던 삶을 기리기 위해 선비촌을 만들었으며, 국비 지원을 통해서 가꾸어갔다. 지금 안동과 묶어서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테마는 '선비'이다. 여기서 우리가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하려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본이 '군함도'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과 비교할 수 밖에 없다. 조선사회의 양반들은 노비를 착취하였고, 군함도에서는 일본인이 조선인을 착취했다. 착취의 대상이 다를 뿐 두가지는 공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지배층으로 살아오면서 채워나갔던 많은 것들, 그것은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망국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조선의 모습, 그들은 왜 망국의 길을 걸어야 했는지 이 책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조선은 신분사회이다. 그리고 법치보다 예치를 우선한다. 형조판서보다 예조판서의 지위가 더 높은 국가가 조선의 특징이다. 학창시절 배웠던 조선의 중요한 도덕적 가치인 상강행실도의 상강오륜은 조선인에게 있어서 자발적인 성격이 아닌 강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삼강오륜이 나오는 것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였으며, 신분 사회였기에 양반과 노비는 엄연히 구별되었다. 똑같은 죄를 지어도 양반은 용서를 받을 수 있지만, 노비는 한층 더 강한 처벌이 요구된다. 간통죄를 지어도 양반은 용서가 되지만, 노비는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군역이 면제되는 양반, 노비는 양반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노비에게도 군역의무가 없다. 양인은 언제나 수탈의 대상이었고, 왕은 조세를 그들에게 물어야 했다. 당근과 채찍을 활용해 신분질서를 확립하였고,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 속담이 거저 나온 게 아님을 조선의 삶을 비춰보면 알 수 있다.


양반은 지배층이다. 지배층이지만 지배층으로서 구실을 못할 때가 있다. 과거 급제를 못하면 그 양반은 신분은 주어지지만 권리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노비를 소유할 수 없고 땅을 소유할 수 없는 특권을 가지지 못하는 양반들, 그들이 20년 넘게 과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급제는 출세이지만, 자신의 가문을 드높이는 길이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조선 후기로 넘어가면 신분 질서는 점점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지식이 권력이 된다는 그 진실이 이제 먹히지 않게 되었고, 돈이 있으면 양반 신분을 얻을 수 있다는 건 누군가에겐 출세의 길이 될 수 있었다. 조세를 거두기 위한 왕실의 변화는 양반과 왕실의 역학을 바꿔 놓았다. 대동법은 지금의 기준으로는 획기적인 조세제도이지만, 그것은 양반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빼앗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양반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현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고, 그것은 조선이 망국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지름길이었다. 책에는 조선의 어두운 그림자가 나오고 있으며, 그들의 현재 모습이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과 뱔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유교사회의 이념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삶, 중국이 아닌 미국을 사대하고 추종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으며, 돈의 논리에 따라 신분이 나뉘어 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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