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들의 성지 도쿄 & 오사카 - 아키하바라에서 덴덴타운까지 본격 해부
방상호 지음, 김익환 그림 / 다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대체로 책 제목을 보면 이 책은 어떤 내용이 등장할 것인가에 대해 어느정도 감이 올 때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어떤 분야에 빠져 있는 사람, 덕후에 관한 이야기들, 책 제목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그려낸 책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에니메이션, 일본 만화에 빠져 있는 사람들, 그들의 삶을 이 책을 통해서 얻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 책은 아니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에니메이션과 만화, 서적, 동인지,더 나아가 완구나 피규어,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하는 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철저하게 에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떠날 때 참고할 수 있는 그런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읽었던 일본 여행 책이 생각났다. 특히 두꺼운 오사카 여행 책에는 에니메이션이나 만화 자료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등장한다. 도쿄의 아키하바라, 오사카의 덴덴타운이나 도톤보라가 그 대표적인 장소이다. 두꺼운 여행 책자엔 에니메이션 덕후를 위한 일본 여행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궁금해 하는 걸 채워 줄 수 있는 곳, 그곳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를 원한다. 어떤 한 건물을 뭉뚱 그려서 이 지역에는 만화책을 팔거나 피규어를 판다는 그런 막연한 정보가 아닌 이곳에는 어떤 것들을 팔고, 어떤 것은 팔지 않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 희귀 만화나 절판 도서를 구할 수 있는 곳, 한국에는 구하기 힘들지만, 일본에서는 구할 수 있는 피규어, 코스프레듐을 좋아하는 이들은 소품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그런 세세한 정보들, 마니아를 위한 전문적인 책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일본은 남녀노소 만화를 좋아한다. 총리나 정치인들도 만화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1969년에 방영된 사자에상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걸 보면 그들의 만화 사랑이 어느정도인지 예측할 수 있다. 우리의 정서로 보면 아기공룡둘리나 영심이가 50년 넘게 방영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만화는 일상이며, 즐기는 걸 넘어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또다른 문화로서 존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만화 전문 중고 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일본 도쿄의 중심지 아키하바라에는 게이머즈 아키하바라 본점이 위치한다. 이 곳에는 최신 만화나 다양한 캐릭터가 즐비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만화 <기동전사 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건담 까페 아키하바라에 가면 건담 프라모델을 볼 수 있으며, 건담과 관련한 세세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건담 하면 빠지지 않는 만화가 있다. 아톰, 마징가, 에반게리온으로 이어지는 로봇 에니메이션이다. 이 만화들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덕후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으며, 키덜트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30대가 넘어서는 이들에게 드래곤볼은 빠지지 않는다. 그래곤볼 속의 주인공 손오공의 천진한 모습과 크리링, 부르마, 무천도사. 더 나아가 악의 실체 베지터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 당기는 손오공 캐릭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가 분명하다. 책에는 드래곤볼에 관한 정보들을 모을 수 있으며, 에니메이션 만화, 만화책, 피규어, 드래곤볼과 관련한 성지순례도 알 수 있다. 


책에서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 도쿄에 자리잡고 있는 쇼센 북타워이다. 이곳은 컴퓨터 , 카메라, 오디오, 사진 등 한 가지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아래층에는 우리의 실생활과 관련한 책들을 팔고 있으며, 6층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만화, 에니메이션, 특촬 관련 서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는 희귀 도서나 절판도서를 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소위 국내에서 에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미친 사람들의 명소나 다름 없는 곳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만화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릴 적 봤던 아톰과 마징가, 건담, 그리고 42권의 드래곤볼을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만화책에서 벗어나 에니메이션까지 섭렵하면서 만화속 캐릭터를 서로 비교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에반게리온도 마찬가지이다. 에반게리온에서 남자 주인공 이카리 신지보다 중성적인 이미지를 갖춘 아야나미 레이가 먼저 생각이 났다. 레이가 가진 캐릭터적인 중성적인 이미지는 이후 우리가 남장 여성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거나 배척하지 않는 문화가 나타났으며,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남장 여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되었다. 또한 만화 세일러문은 여성의 판타지 세계로 이끌어 갔다. 최근 다시 등장한 세일러문 -크리스털 편은 과거의 세일러문의 인기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마니아 층이라면 세일러문-크리스탈 편도 소장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보지 않고 자란 아이들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 이다. 만화 속 장면 하나 하나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만화책 한권을 돌려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만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고, 만화속 장면이 과학적 오류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만화는 만화이고, 현실은 현실이었다. 재미를 위해 시작한 만화와 에니메이션 세계는 어릴 적 기억과 동심들을 잃지 않으려는 어른들의 문화 키덜트를 잉태하게 되었고, 이후 실제 일본에 가서 보고 듣고, 그들의 문화 속에 끼어들고 싶어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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