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 이미령의 위로하는 문학
이미령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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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와 34개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는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지게 된다. 이 책을 며칠간 망설이고 주저했던 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책 속에 다양한 책이 등장한다는 건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하게 된다. 또다른 책을 알 수 있는 설레임과, 다시 그 책과 접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 그동안 읽었던 비슷한 책들,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모두 읽어야지 다짐하지만 , 어느새 그 약속은 공염불이 되었으며, 신간, 새로운 책에 눈길가게 된다. 이 책에서 몇권의 책을 읽을지는 나도 확실하게 모르겠다. 아마도 다섯권 남짓 책을 접하고 말겠지, 그럼에도 누군가의 책에 관한 이야기는 설레임과 즐거우 고통과 슬픔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읽은 책만큼 이 책을 소화할 수 있는 양은 늘어난다. 설령 읽었다 하더라도 기억 속에 지워진  책은 안 읽은 책이나 마찬가지였다. 요즘 끌리는 책 프란츠 카프카의 책에 등장하는 "단식 광대"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수 없나보다. 반면 얀 마텔의 <파이이야기>는 분명 읽었고 다시 읽어야지 했던 기억만 남은채 내 기억 속에 지워지고 말았다. 어린 왕자는 항상 단골 손님인 듯 보여지고, 얼마 전 다른 책에서 소개되었던 책 <필경사 바틀비> 가 다시 나오니 꼭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꿈틀 거리게 된다. 그렇게 내가 읽고 싶은 책과 읽지 않았지만 유명한 책, 읽은 책, 읽지 않은 책들로 구분되어지는 34개의 이야기 그 속에서 나의 기억속에 온전하게 남아있는 책은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다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해.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한 인간의 양심이다." (p229)

작가 이미령님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네다섯번 읽었다 한다. 읽을 때마다 마주하는 또다른 느낌, 그 느낌이 생각이 나서 리뷰를 차마 쓰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앵무새 죽이기를 세번 정도 읽은 것 같다. 처음 읽었을 때 스카우트의 성장소설인줄 알았고, 그러나 그것은 성장 소설이면서 그 시대를 담아내고 있었다. 2016년 2월 90세의 나이로 타계한 하퍼리는 "앵무새 죽이기" 이외에 미발표작 한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책의 제목은 "파수꾼"이며, "앵무새 죽이기" 애 등장하는 애티커스 핀치의 모습과 다른 이야기를 담아낸다. 흑인의 인권을 지키는 양심적인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으며,"파수꾼" 에서는 여느 백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부와 성공을 쫒는 애티커스 핀치의 모습이 그러진다. 물론 스카우트도 마찬가지이다. 어린 시절 오빠 젬과 남자 친구 딜 이렇게 세명의 악동은 동네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은둔형 부레들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책에는 부 래들리를 또다른 앵무새라고 지칭하고 있다.  흑인 톰로빈슨의 변호를 자처하게 된 애티커스 핀치는느 동네에서 "깜둥이 애인'이라는 또다른 모욕적인 언어를 경험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엄마 없이 자란 말괄량이 스카우트는 아빠의 의미있는 행동에 자극받는다. 하지만 소설 "파수꾼"에는 다른 모습을 비추고 있으며, 하퍼 리는 살아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 책이 자신의 문학가적 이미지에 흠집이 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책 목록들을 기록해 나갔다. 물론 과거에 읽었던 책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중에서 눈길이 갔던 책은 루쉰의 작품이다. 우리에겐 루쉰에 대해서 노신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중국의 현실을 담아낸 루쉰의 책은 중국에 대해서 알게 해 주는 의미있는 책이다. 우리에게 아 Q 정전, 광인일기, 그 이외에 다른 여느 책들 하나 하나 확인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가령 창문이 하나도 없고 무너뜨리기 어려운 무쇠로 지은 방이 있다고 하세. 만일 그 방에서 많은 사람이 잠이 들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막혀 죽을 게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죽는다면 죽음의 슬픔을 느끼지 않을 거네. 지금 자네가 큰소리를 쳐서 잠이 깊이 들지 않은 몇몇 사람을 깨워 그 불행한 사람들에게 임종의 괴로움을 맞보인다면 오히려 더 미안하지 않은가?"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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