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마다 각자 자신에게 소중한 책이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소중한 책들은 김혜남님의 저서입니다. 조용히 간직하고 싶은 책, 김혜남님의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2008년 무렵이었습니다. 절망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나 스스로 찾아낸 책은 "왜 나만 우울한 걸까" 였습니다. 그 책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 못했지만,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최근에서야 파킨슨 병에 걸리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책쓰기의 시작은 파킨슨 병이 걸린 2001년 그 이후였던 것이고, 최근까지 출간된 책들은 자기 치유서였던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서 하루하루 꾸엮꾸엮 살아내는 것, 책쓰기는 그 하루하루의 일부분이었던 겁니다. 물론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적이 별게 아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다."

책의 겉표지에 보여지는 문장 한마디의 의미는 큰 울림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긴 날줄은 당연하게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숨을 쉬고 밖에 아가서 일상을 살아가는 그런 일이 누군가에게 있어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일상 속에서 기적을 찾아내고, 그 기적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책에 나와 있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의 의미는 무엇이며,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금 곰곰히 생각하게 됩니다. 


등불

때론 칠흑 같은 어둔 속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습니다
때론 방향을 잃어버리고
어둠 속에서 헤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 멀리 보이는 등불 하나,
그것처럼 고마운 것도 또 없습니다.
누가 켜놨는지 모르지만, 그 불빛을 들고
우리는 어둠 속을 안전하게 나올 수 있었습니다.
잠깐 사용한 등불은 기름을 가득 채워
있던 곳에 갖다 놔야죠?
어느 길 잃은 여행자가 그 불빛으로
희망을 찾을 수 있게... (p120~121)

살아가면 길을 잃을 수도 있고, 헤맬 수도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가 가는 길은 잘 가고 있는지, 막다른 길에 도착해서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혜는 나 스스로를 막다른 길에서 벗어나게 해 주지 못하는 상황도 자주 나타납니다. 그럴 땐 누군가 준비해 놓은 등대가 길잃은 양 한마리를 제자리로 돌려놓게 됩니다. 산다는 건 그렇게 나 혼자만 살아갈수 없다는 걸 말하고 있는 이 문장 속에서, 나 스스로 등대를 찾기 위해 해메기 보다 누군가의 등대를 만드는 것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작은 등대 하나하나 모여서 그것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하나의 불빛이 될 때 그제서야 우리에게 놓여지는 것은 바로 희망입니다. 희망이라는 건 별다른 것이 아니라는 거,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겸손하고 사랑하며,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건 바로 나에게 주어진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리 이기적이고, 복잡하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생각해 봅니다. 우리 앞에 놓여진 수많은 메시지들, 그 메시지들은 내 마음을 그대로 투영하지 못합니다. 오해의 씨앗은 바로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그것이 서운함과 섭섬함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놓여지는 수많은 갈등과 범죄들은 바로 수많은 메시지가 혼재되어서 엉켜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연필 꾹꾹 눌러 쓴 편지 하나, 그 편지엔 나의 글씨가 채워져 있고, 나의 마음이 채워진 채 누군가에게 빨간 우체통을 통해 전달되어집니다. 지금은 그런 아날로그적인 메시지가 사라진채 수많은 디지털 메시지만 내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알기도 전에 또다른 메시지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 책에는 이렇게 우리의 아날로그적 메시지의 회귀와 복원, 그것이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문자 메시지, 카톡 메시지가 아닌 내가 스스로 그려낸 디지털화 된 그림 문자 하나는 상대방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고 그것은 작은 변화와 희망으로 연결됩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모래사장에서 막 모래성을 쌓은 
어린아이라 하죠.

그러나 그 아이가 옆에 쌓인 큰 모래성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는 순간
그 아이는 매우 불행해집니다. (p19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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