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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해 줄게요 - 강주은의 소통법
강주은 지음 / 미메시스 / 2017년 8월
평점 :
가끔은 누군가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위기를 헤쳐나가는지, 비슷한 스펙트럼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우리네들은 그렇게 또다른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비추어 본다. 아나운서 고민정씨의 삶을 통해서 세상에서 물질적 풍요 없이 세상 풍사에 휩쓸리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얻을 수 있고, 강주은씨의 삶을 통해 태풍의 중심에서 위기를 헤처나오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최민수의 아내로서 살아론 지난날에서 강주은씨의 삶을 들여다 보면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에 해야 하는지, 최민수의 아내 강주은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강주은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된다.
작년 1월 쯤 생각이 난다. 그 때 내가 사는 곳에 최민수가 왔다. 설특집드라마 <영주>를 찍는다고 찾아온 최민수의 이미지는 상당히 거칠고 오만한 모습 그 자체였다. 반면 배우 박남현은 사람들과 대중적이고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송에서 비추어진 장난꾸러기와 카리스마적인 모습 양 갈래에서 실제 최민수는 자신에게 관심 가지는 것만 쫒아가는 그런 야생마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와 함께 살아가는 강주은, 최민수와의 첫 만남은 1993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였다. 미스 캐나다 진이었던 강주은은 캐나다 교포로서 한국에 왔으며, 노래 부르는 최민수와 만나게 되었다. 최민수는 강주은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네 주었고, 강주은에게 첫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
운명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 그것은 운명이면서, 강주은이 원하는 이상적인 삶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사랑이 뭐길래' 에 출연했던 대발이 최민수를 알고 있었지만, 강주은은 최민수를 그 당시 알지 못했고, 그가 자신에게 전화번호를 건넨 것에 대해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인이었지만, 한국어가 서툰 20대의 아가씨 강주은은 그렇게 최민수와 만남으로서 인생이 제대로 꼬여 버렸다. 여기서 꼬였다는 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의미이다.
그렇게 최민수와 강주은은 결혼하였고, 강주은은 자신의 세계를 추구하면서 살아갔다. 최민수가 가진 배우적인 인지도로 인해 강주은은 자신이 꿈에 그리던, 아니 절대 만나기 힘든 스티븐 스필버그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강주은의 로망이었던 그 남자에 대해 최민수의 반응은 그냥 떨떠름 그 자체였고, 강주은은 최민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두사람의 관계는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였다. 어쩌면 대중의 시선은 두 사람이 5년이 지나 부부로 함께 지내면 성을 간다고 할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살아가는 인생은 그렇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알콩달콩 평생 살아갈 것 같은 부부가 돌아보면 문제 투성이 부부 관계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고, 그들을 비난하게 된다. 최민수 강주은 부부는 우리가 생가하는 행복한 삶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고, 사랑보다 의리로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강주은은 최민수의 내면을 들여다 볼 줄 알았고, 배우 최민수가 아닌 남자 최민수, 남편 최민수, 유성이 유진이 아빠 최민수를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된다. 그의 거친 이면에, 그의 장난꾸러기 이면에 감춰진 한 남자의 웅크린 어린 늑대의 모습을 강주은은 보고 있었다. 어쩌면 절벽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한 남자가 바로 최민수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중중하면서 살아갔으며, 서로가 가진 색깔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배우로서 살아온 최민수의 지난날, 최민수의 어릴 적 아픔과 고통까지 끌어 앉을 줄 아는 포용력을 강주은은 가지고 있었다. 서로의 선을 넘지 않는 것, 자신이 의도한 대로 끌어당기지 않고, 그대로 바라볼 줄 알았다. 그것이 강주은이 최면수를 끌어당기는 비결이었으며, 소통의 방식 그 자체였다.
책에는 강주은의 삶과 최민수의 삶이 교차되고 있다. 서울 외국어 학교에서 13년동안 강주은이 일하게 된 것은 바로 배우 최민수의 존재에 대해서 자신이 묻히는 걸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민수의 삶은 최민수의 삶이지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걸 강주은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책임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항상 돌발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최민수는 강주은에게 당황스럽게도 하지만, 최민수의 진지함은 강주은에게 예기치 않은 선물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