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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첫 표지를 보면 눈길가는 문장이 있다. 20th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 수상작, 영화 call me by your name 원작 소설 이다. 즉 이 소설은 바로 동성애를 담고 있으며,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다. 17살 엘리오와 엘리오가 사는 곳에 찾아온 손님 24살 올리바. 두 남자 사이에 사랑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엘리오의 감정 동선을 따라가 볼 수 있다.
엘리오가 사는 집은 여름철이면 손님들이 찾아온다. 책을 출간하기 전 원고를 손 봐야 하는 젊은 학자들이 지내는 곳이 엘리오의 집이며, 여름철 엘리오는 자기 방을 손님에게 내 주고 할아버지와 함께 방을 써야 했다. 그 방에는 엘리오가 아닌 손님 올리바가 있었고,올리바는 그에게 사랑이라는 욕망을 느끼게 된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더 좋아할 수록 약자이며,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간직하게 된다. 그 사람을 상상하고 그 사람을 관찰하는 것, 그것만으로서 사랑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엘리오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에 대해 그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은밀한 사랑, 하지만 자신은 그 사랑은 혼자서 키워 나가게 된다.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을 때 발을 교차하고, 무릎을 교차하면서 은밀한 스킨십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며, 엘리오가 올리바에게 할 수 있는 세상이 허용하는 그런 사랑의 스킨십이다. 하지만 상상 속에 머물러 있는 그 사랑은 이제 두 사람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적극적으로 바뀌게 된다. 서로의 속옷을 바뀌입음으로서 그를 소유한다는 생각만으로 간직하게 되고, 그의 옷을 바꿔 입음으로서 사랑을 소유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주어진 사랑을 누군가에게 드러낸다는 것은 두려움과 혐오스러움 그 자체였다.
우리 사회에서 주어진 사랑은 사랑 아니면 우정이다. 동성애는 사회에서 허용하는 최대의 허용되어짐은 우정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금기의 영역을 넘어서게 되고,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사랑과 사회에서 허욘하는 그 한계지점, 그것이 주는 사회적인 박탈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엘리오 또한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해 말하는 걸 노출할 수 없었다. 엘리오에는 동성과 이성과의 사랑을 하면서 서로의 사랑은 재확인 하게 된다. 엘리오는 혐오스러움에 대한 이해가 허용되지 않음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렇게 소설 속 이야기는 관찰하고 상상하고 사랑한다. 엘리오는 올리바와 사랑을 하면서 마르지아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하나는 허용된 사랑이고 하나는 허용되지 않은 사랑이다. 소설 속에서 사랑의 실체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 즉 여름이라는 계절의 한정된 시간이다. 내가 사랑하는만큼 상대방도 자신을 사랑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을 수 있기에, 그걸 마주할 수 없었던 내성적인 올리에는 자신의 마음을 감출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을 읽게 되면, 사랑의 실체는 동성과의 사랑이나 이성과의 사랑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행동의 변화 감정의 변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가족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사랑의 실체를 감추려 하는 올리에의 마음과 감정의 실체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모순에 대해서, 스스로 감내하고, 감추지만, 그들은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 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런 시간이 올 거아.적어도 나는 오기를 바란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올 거다. 자연은 교활하게도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내거든. 이것만 기억해라. 난 항상 여기 있다. 지금은 네가 아무 것도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이런 느낌이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대상이 내가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네가 한 일을 느껴 보려고 하려무나." 나는 아버지를 쳐다 보았다. 아버지가 완전히 잘못 짚었다고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시점이었다. (p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