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아버지가
강주혜 지음 / 북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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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에 간 기억이 있다. 그곳은 바다와 인접한 곳이다. 마라톤을 취미로 하는 울산에 사는 지인이 태어난 곳이 삼천포였고, 그곳은 어떤 곳인가 궁금했다. 내가 그곳에 간 목적은 삼천포 마라톤 대회 참가였고, 낮 대회가 아닌 밤에 달리는 경기였다.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아름다운 야경과 경치들, 삼천포에 대한 나의 기억은 지금까지 추억으로 남아있다.


저자 강주혜님의 고향도 삼천포였다. 아버지께서 40이 넘어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난 강주혜님은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나 있다. 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떠들썩한 그 가운데, 강작가의 가족은 다른 사람이 즐거워 하는 그 순간 즐거워 할 수 없었다. 췌장암 말기로 세상을 떠나게 된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이 책에 기록되어 있으며, 강주혜 작가가 아닌 삼천포 가시나 강주혜씨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경상도 남자이면서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이 없었던 아버지는 그렇게 딸과 아들에게 자신의 교육관을 심어 주었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묵묵하게 알려 주고 있었다. 강작가는 아버지를 자랑하고 싶었고,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준 사랑에 대해 질투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대학 1학년 때, 난 '테트리스'라는 게임애 빠져 있었다. 그 당시 게임은 컴퓨터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전자 오락기라고 요즘 아이들이 가는 피시방 같은 곳에 게임을 했다. 전자오락실에는 독서실 책상처럼 생긴 기계에 모니터가 있고 모니터 아래엔 왼손으로 조이스틱을 오른손으로 버튼을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자오락기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p45)


 그랬다. 1990년대 가장 인기 있었던 오락실 게임은 테트리스였다. 다른 게임은 게임의 끝이 있었지만 테트리스는 끝이 없는 오락실 게임이다. 가게 주인이 가장 골치아파 했던 오락실 게임은 테트리스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책에서 이 문장을 보면서 나도 테트리스에 대한 추억이 있는데, 나의 경우 테트리스 최고 기록은 160판이었다. 99판이 넘어서면 계속 99판으로 세팅되어 있다. 학교 갔다가 심심할 때면 자주 들리는 곳, 그곳이 오락실이다. 친구들은 테트리스로 인해 나보고 '벽돌'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줬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이야기하자면 우리 아버지를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는 늘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써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신 분이다. 아버지는 무슨 일이든 이해를 바탕으로 두셨던 분이셨다. 스스로 이해를 하셔야만 받아들였다. 그 무엇은 사람일 수도 있고, 상황일 수도 있고 사건일 수도 있고, 단순한 물건의 쓰임새일 수도 있다 .(p65)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선물이었다. 세상에 대한 이해와 소통은 그렇게 막내딸에게 되물림 되었다. 아버지가 딸에ㄷ게 보여준 삶은 딸이 살아가는데 잇어서 주춧돌이 되었다. 자녀 교육에 대해 배워본 적 없었지만, 자녀를 어떻게 가르치고, 이끌어야하는지 알고 계셨다. 하지 말라고 하면 자녀가 더 삐뚤어질 수 있다는 걸 아버지는 알고 있었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씨엇은 인내로 이어졌으며, 내 앞에 놓여진 것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결정리지 않게 되었다.딸이 하고자 하는 길에 대해서 막지 않으셨던 것도 여기에 있었고, 엇나가는 것에 대해 기다림을 통해 딸이 스스로 깨닫도록 이끌어 나갔다. 


놓칠수 없는 아빠와 나만의 비밀이 있었다. 민물낚시의 밑밥은 떡밥이라고 해서 민물낚시용 떡밥 가루에 민물을 부어 만들어 사용했다. 미숫가루처럼 생긴 가루에 적당량의 물을 부어 반죽해서 동글동글 밎어 낚싯바늘에 끼워 사용했다. (p83)


책에는 아빠라는 단어와 아버지라는 단어가 같이 등장한다. 호칭은 바로 아버지와 딸에 대한 거리이고, 그리움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감춰진 비밀은 그렇게 특별함으며, 소중함 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딸에게 전달하는 그 사랑의 메시지는 딸에게 있어서 고마움과 죄책감, 미안함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정기검진에서 발견된 췌장암 선고, 그것은 작가에게 있어서 현실과 비현실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여전히 아빠에게 사랑받고 싶고, 투정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핸드폰 1번은 여전히 아버지 전화번호인데, 아버지를 불러 보지만 답장해 주지 않음을 깨닫고 슬퍼하게 된다. 어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나에게 찾아오지 않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당연함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물질적인 풍요, 가족, 그런 것들이 당연해지면서 우리 스스로 삭막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건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사실. 저자는 아버지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함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와 딸의 보이지 않은 끈끈함,  이 책은 아버지가 딸에게 주는 선물 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남겨놓은 일기에 대해서 딸은 아버지에 대한 삶에 대한 이야기와 가치를 책을 통해 답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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