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몬스터
김주욱 지음, 양경렬 그림 / 온하루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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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독특하다. 일곱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 제목 <핑크 몬스터>는 단편 소설 중 하나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색채를 함유하고 있으며, 한국인이어야 이해할 수 있는 코드가 텍스트 안에 다분히 숨어 있다. 추상적이며, 관념적이면서 사변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각 단편마다 그림으로 채워져 있고, 그 그림은 각각의 단편이 담아내지 못한 부분을 시각적인 효과를 주워서 채워 나간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어보면 그것이 함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텍스트가 주이고 그림이 보조수단이 아니라, 그림이 주였으며, 텍스트가 보조였던 것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그것을 끝까지 감추고 있으며, 주인공 히트와 그와 함께 하는 여럿의 그녀와 관계는 히트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 세계를 따라간다.


소설 속에서 히트는 연극을 한다.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있다. 두가지 공통점은 무언가를 관찰한다는 것이다. 연극은 사람을 관찰함으로서 연기를 할 수 있고, 그림은 세상을 관찰함으로서 그려 나갈 수 있다. 히트에게 그녀는 히트의 욕망을 분출하는 수단이며, 자신의 욕구였다. 여기서 그녀는 히트가 하고자 하는데 따라갈 뿐이며, 각각의 단편에서 그려내고 있는 색체와 이미지가 무엇인지 독자 스스로 느끼고 찾아갈 수 있다. 물론 소설가는 독자 스스로 이 소설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한다. 하나를 보면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 각자의 경험과 삶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첫번째 이야기 <무인도>에서 히트는 화가이며, 디자이너였다. 콜로세움을 닮은 뮤지엄, 히트가 하는 일은 이 뮤지엄에서 보안관리 용역회사 계약직이다. 이 전시장에 나타난 불청객은 그녀였다. 두 사람 사이에 쳐 있는 울타리를 넘어온 그녀는 허락하지 않은 히트의 영역까지 들어오게 된다. 히트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고,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흑염소처럼 날쌔고 질긴 그녀를 거부할 힘은 히트에게 있지 않았던 것이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욕망을 분출하게 된다. 무인도는 유인도의 반대말이 아닌, 도심 속의 아웃사이더이며, 허락되지 않은 이들은 넘어올 수 없는 담장이기도 했다. 


네번째 이야기 <핑크 몬스터>에 등장하는 그녀는 B 였다. 소설 속에는 히트와 B, 자주와 라벤더가 등장한다. 각자 서로 다른 색은 추구하는 이상향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핑크 몬스터로 상징되는 그녀는 핑크색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나에게 핑크는 분노의 색이자 에너지를 주는 색이야." 이 문장은 두가지 의미가 감춰져 있다. 그녀에게서 핑크를 빼앗으면 분노가 된다. 반면 핑크를 누군가 수용하고 받아들이면, 그것은 에너지로 표출된다. 사실 이 단편 소설에서 눈여겨 볼 것은 그녀가 추구하는 핑크가 아니었다. 바로 무채색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핑크가 돋보이려면 핑크색 주변은 무채색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힘크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주연이 된다.소설 속에서 히트는 핑크 몬스터에게 있어서 무채색과 같은 존재는 아닐런지, 그걸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소설은 좀 어렵다. 한번 읽어서 모든 걸 파악할 수 없고, 해석할 수 없다. 그림이 주는 다양한 해석을 포용하고 수용할 때 그제서야 김주욱 작가의 텍스트를 이해하고 소설 속 주인공 히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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