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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삶에서 기쁨을 발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그 규칙은 서로가 서로에게 '예측' 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만들어가며, 그것은 집에서 학교에서 만들어진다. 여기서 예측이란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이 세가지 요소이다. 내가 건낸 말에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에 대해서 어느정도 예측하며 살아가며, 행동도,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이 세가지 중 하나만 어긋나더라도 우리는 당황하게 되고, 때로는 위협을 느낄 수 있다. 책에는 세가지 요소 중 감정을 예측하지 못하는 인물 선윤재가 등장하며, 선윤재가 가지고 있는 장애가 무엇인지 , 그 흔적을 따라가 볼 수 있다.
선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사랑에 대해 느끼지 못하고, 상대방의 희노애락애오욕 이 일곱가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한다. 윤재가 표현하는 감정들은 틀에 짜여진 모범 답안처럼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서 공감이 아닌 단어 나열에 불과하며, 감정 연기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에게 찾아온 이상한 증상들, 윤재의 엄마는 임신중에 저지른 행동에 대한 죄책감, 그것이 윤재에게 옮아왔다고 생각했다. 윤재가 할멈이라 부르는 사람, 그렇게 윤재가 태어남과 동시에 연락하지 않았던 할멈과 엄마는 다시 만나게 된다. 욕쟁이 할머니라 불릴 정도로 말이 거친 할멈과 그 할멈의 딸로 태어난 엄마,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윤재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건 기적이나 다름 없었다. 딸이 작가가 되길 바라는 할멈의 소망은 그렇게 끝나 버렸고, 엄마는 살기 위해서 헌책 장사를 하게 된다. 구닥다리 19금 잡지를 파는 그 모습 속에서 삶에 대한 고단함이 묻어나고 있다.
윤재는 또래 아이들이 느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에 대해서, 평범하다는 그 단순한 단어에 대한 의미조차 윤재에겐 버거움으로 다가왔다. 학교에서 사이코패스라는 별명이 붙은 건 윤재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가 아닌 윤재의 장애로 인해 빚어진 별명이다. 분노를 느끼지 못하고 슬픔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간다는 건 세상 사람들의 시선으로 볼 때 이상할 수 밖에 없다. 예기치 않은 이유로 엄마와 할범이 어떤 남자에게 칼에 찔려 죽은 그 가운데 윤재 혼자만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에 내몰리는 윤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또다른 고통이다.
그렇게 이 소설은 윤재의 성장이 그려진다. 극과 극은 통한다 하던가, 남들이 멀리하는 윤재와 곤이는 그렇게 가까워지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배설하고 있다. 곤이의 내면에 숨어있는 착함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 윤재의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은 윤재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세상은 윤재와 멀어지고 있으며, 윤재는 언어 영역에서 최하의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소설 제목 아몬드는 그렇게 이 소설의 주인공 선윤재의 장애를 가리키는 상징적인 단어이며,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바로 아몬드였다. 윤재가 여느 아이들보다 작게 만들어진 편도체를 키우기 위해 엄마는 그렇게 윤재에게 삼시세끼 아몬드를 먹였지만, 그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윤재의 10대는 그렇게 자신이 의도했던 삶에서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