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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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놓친게 있었다.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편의점 인간>에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편의점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주인공 게이코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개념인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이야기가 채워져 있었다. 편의점 안에서 정상이었던 게이코가 편의점 밖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것, 무라타 사야카의 <소멸세계>은 편의점 인간에 나오는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개념이 다시 등장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소멸 세계>는 바로 인간 세계를 다룬다. 지구라는 공간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법칙에 따라간다. 진화의 개념 속에서 생명이 잉태하고 소멸되는 과정이 겹쳐지면서 생명은 새로 만들어지고, 때로는 영원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인간아 만들어 놓은 종이라는 개념은 후대에 자신의 씨엇을 남김으로서 종족을 보존하게 되고, 그 안에 가족이라 개념을 형성하게 된다. 동물의 세계에는 암컷과 수컷이라 부르며 , 식물 세계에는 암술과 수술로 부르고 있다. 인간은 과학 문명이 발달함으로서 자연의 법칙에 거스를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인공적인 방법으로 자연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채우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동성간의 결혼에서 아이를 가지려는 욕망을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만들고자 하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시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 이 소설은 그렇게 인간에 대해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주인공 사카구치 아마네를 통해 투영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가족의 개념은 바로 아마네에겐 혼란스러움으로 자체로 다가왔다. 자신은 자기 또래 아이들과 달리 인공적인 방법으로 태어났으며, 남녀의 교미가 아닌 정자와 난자를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4학년이 되어서 성교육을 받으며,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스스로 느끼게 되었으며, 에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불로불사의 소년 캐릭터 라피스를 보면서 마스터베이션을 하게 된다. 아마네는 라피스를 자신의 첫사랑으로 삼고 있으며, 그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그건 세상의 기존에는 비정상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아마네는 우연히 미즈우치가 자신처럼 라피스를 첫사랑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린채 섹스를 반복하게 된다.


소설 속에는 에덴시스템이 등장한다. 에덴시스템은 우리사회의 가족시스템과 다른 모습이다. 섹스에 대해서 자유로운 상태, 이상적이 사회를 구현한다. 비정상과 정상이 존재하지 않는 곳, 법과 제도가 사라진 형태의 에덴 시스탬은 어쩌면 아마네가 꿈꾸는 그런 사회였을 것이다. 남자와 남자가 사랑을 하고, 결혼에서 자유로운 형태 속에서 가족이라느 개념이 없이 아이를 만들 수 있는 곳, 가족이라는 개념이 소멸된 상태에서 결혼과 출산에 얽매이지 않는 형태의 사회 구현, 그것은 에덴시스템이며, 소설 속에는 이러한 에덴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아마네는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초등학교 때 처음 성교육을 배우고 중학교때 섹스를 나눈 아마네는 주리와 만나면서 자신의 비정상에 대해 인지하기 시적하였다. 그 가운데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남자친구를 따로 만들어간다. 처음 아마네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성행위에 대한 쾌락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되고, 점점 더 엄마로서 모성애를 느끼게 되며, 가족 시스템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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