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Iceberg in Paradise: A Passage Through Alzheimer's (Paperback)
Nancy Avery Dafoe / Excelsior Editions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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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영화 노트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속 주인공 노아와 앨리, 치매에 걸린 엘리와 그녀의 곁에서 사랑이란 무엇인지 느끼게 해 주는 노아의 모습, 하지만 영화 속 노아와 앨리의 미습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며, 치매에 걸린 앨리 곁에 노아가 곁에서 헌신하는 건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만약 낸시 에이버리 데포의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를 5년전에 읽었다면, 나는 영화 노트북의 두 주인공처럼 치매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고, 책에 나오는 저자의 인생 또한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 중에 누군가 치매에 걸리게 되면, 어떤 경험을 하게 되고, 어떤 고통을 느끼게 되는지, 낸시 에이버리 데포는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언급한다.


우리는 암에 대해서 두려워한다. 에이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치매나 알츠하이머 병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암과 에이즈 완치율은 높이지는 반면, 나이가 들어감으로서 뇌세포가 죽어감으로서 생기는 치매에 대해선 여전히 무감각하다. 때로는 가족 중 누군가 치매에 걸리면, 그것에 대해 잘못 해석하고 오해하기 쉽다. 부모가 나이가 들어서 성격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거나, 작은 것 하나에도 화를 내거나 엉뚱한 행동을 할 때 ,특히 완벽한 부모에게서 완벽하지 않은 행동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그것은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저자는 어머니의 치매를 늦게 알았으며, 부모의 사망 이후 그로 인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함께 가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단절로서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가 건강했더라면 ,엄마는 큰 충격을 받아 위로할 길 없는 슬픔에 빠졌을 것이다. 엄마가 어떻게 했을지, 어떤 말을 했을지는 상상만 가능한 일이다. 반백년이 넘도록 오직 아버지만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버지에게만 헌신해왔다. 아버지는 엄마의 세상이었다. (p164) 


치매에 걸리게 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는 단절되어 간다. 사람의 인간관계는 예측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진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예측가능해짐에서 벗어나게 된다. 성격이 변하거나, 평온한 상태에서 언제나 폭발할 것 같은 행동을 취하게 되면, 그 사람의 주변엔 아무도 없다. 그걸 느꼈던 건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전 치매에 걸리셨기 때문이다. 그전에 시골에 들어가면 정자 밑에서 동네 어르신들과 대화도 자주 하고, 함께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동네사람들과 멀어지고, 시골집 마당에 무언가를 응시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식사도 거른채,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다. 그땐 정말 나는 몰랐다. 평소 무서웠던 할머니, 옆집에 담 넘어 넝쿨이 넘어오는 것에 대해 화를 내던 할머니의 모습을, 그것에 대해 할머니의 성격이 예전보다 더 깐깐해졌다고 생각했다. 그건 나의 오해였고, 착각이었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치매에 걸린다 해서 물건을 던지고 길을 떠돌아 다니면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바로 치매라 생각하는데, 실제 치매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치매에 걸리게 되면 소통되지 않고,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며, 스스로 외로움과 고독감에 놓여진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고 짠했다. 그리고 이젠 세상에 없는 외할머니도 생각 난다.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도 치매에 걸리시고 돌아가셨지만, 가까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치매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달랐다. 항상 외할머니 곁에서 지켜 봐왔고, 치매는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저자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찰, 감정의 변화 하나하나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간다. 그것은 아픔이며,슬픔이며, 상실이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건 습관이 지워진다는 것이며, 나의 소중한 사람이 점점 내 곁에서 사라진다는 걸 마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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