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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 - 한 호흡 가다듬고 삶의 흐름을 바라보다
원철 지음 / 불광출판사 / 2017년 7월
평점 :
1993년 그 때가 생각 난다. 성철스님의 열반 소식이 뉴스에 흘러나왔다. 사리가 몇개 나왔는지, 큰 스님의 열반 소식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세상과 작별을 고하였다. 불교를 믿지 않는데도 불교 서적을 가까이 하고, 관심가진 건 그 때부터가 처음이었다. 성철 스님이 남기신 책들, 불교를 믿는 친척들의 경전의 책 제목이라도 펼쳐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의 성격,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눈길이 갔던 것도 혜민스님의 책을 읽게 된것도 이런 과정의 하나였다. 스님의 책을 읽으면 공통점이 보여진다.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마음이 느껴지고, 스님의 책을 읽으면 긍정적인 기운을 얻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철없음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고, 마음은 항상 흔들린다. 독서를 하면서 지혜의 양식을 채워야 하건만, 지식을 채워 나가는 오만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처음 원철 스님의 책을 처음 읽어 나간다. 이 책은 2008년 출간된 원철스님의 같은 제목의 저서를 리뉴얼한 책이며, 현재의 시선에 맞춰 디자인이 바뀌었다. 책에 담겨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지혜를 얻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말이다.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것은 웰빙에 관한 이야기다. 웰빙, 우리에게 웰빙은 유행처럼 퍼져 나간다. 좋은 것, 예쁜 것, 괜찮은 것, 그런 것들에 대해 원철 스님은 '잘살이'라고 부른다. 정작 우리는 제대로 된 웰빙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웰빙이라 부르며 지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잘살이' 가 아닌 '참살이'이다. 맛있는 밥이 탄생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밥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이다. 기다림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웰빙이고, 여유로운 삶이 된다.
책에는 번뇌에 대해 말한다. 번뇌는 뜨거운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것에 놓여지는 것 또한 번뇌이다. 집착하는 것, 내려 놓지 못하는 것, 비우지 못하는 것, 원철 스님은 집에 있는 책을 모두 정리해 버렸다. 필요한 책은 도서관에 기증하였고, 남아잇는 것은 불쏘시개로 지워 나갔다. 나를 돌아보면 나는 어떤가 생각해 본다. 번뇌에 둘러 쌓인 채 놓여져 있는 나 자신, 세상이 비우라고 하는 양보다 적게 비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불교에서는 내 앞에 놓여진 모든 것은 스쳐지나가는 것이라 말하고 있으며, 원철 스님도 같은 의미를 책에서 담아낸다. 한평의 작은 공간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채우고 모든 걸 덜어내는 원철 스님은 매일 하루 백팔배를 실천하면서 마음을 비워 나간다. 마음을 비우는 건 생각을 비우는 것이며, 내 안에 감춰진 업장을 지워 나가는 것이다.
타는 책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노스님의 육신을 태우는 다비식을 보느 것만큼이나 무상감이 느껴졌다. 앞으로 애착이 생길 때마다 책을 태워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무렵이다. (p56)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적 사고이다. 반성적 사고는 지혜가 된다. 이기적인 분별식이 사라지게 되고, 평등한 지혜로 바뀌는 것, 그동안 나 스스로 철들지 못한 건 여기에서 느껴진다. 도시에 살면서 세상이 놓여진 물질에 애착을 보이면서 살아가는 나 자신, 나에게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것, 사람들과 연결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곰곰히 하나 하나 따져 보았다.
대야에 '날마다 새로워지자 '라고 써 놓고 아침마다 세수하면서 마음도 함께 씻다.
아름 다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날마다 새로워지자' 가 아닐런지, 매일 매일 나를 비워 나가는 것, 마음을 씻어야 나의 인생도 달라질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 나에게 스쳐지나가는 것에 대한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 말고, 미혹되지 않는 것, 본질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게을리 하지 않아야 얼굴이 가난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인생은 아름다운 얼굴로 나타나며, 가난한 인생은 가난한 얼굴이 되어진다.
책에는 경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나오고 있으며, 나에게 위기가 다가올 때 경전을 읽으면 나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스스로 씻겨지지 않을 때 경전을 읽는 것, 속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가까운 암자에 찾아가 수행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불교는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며, 스님은 속세에 머물러 있는 우리들을 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