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대역죄인 박열과 가네코 - 천황 폭살을 기획한 조선의 아나키스트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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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자만이 살아갈 자격이 있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는 자는 오히려 죽는 게 낫다." 나는 다시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말합니다 "살고 싶은 자는 살려 주라. 그리고 죽고 싶어하는 자는 죽게 내버려 두라. 여기에 원하는 참된 인생이 있다." (p142) 


박열의 아내가 옥중에 사망하면서 남긴 유품으로 알티마세프의 <노동자 세리요프>, 다눈치오의 <죽음의 승리>, 슈티르너의 <자아 경-유일자와 그 소유> 가 있었다. 이 책은 박열의 운명을 따라간 가네코후미코의 마지막 삶을 반증하고 있으며, 박열의 운명은 가네코의 운명이나 마찬가지이다. 책 속의 142페이지에서 발췌한 문장은 바로 가네코가 알티마세프의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라는 걸 추정케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 초연했던 두 사람은 사형언도를 받고 만세를 불렀다. 은사령으로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뀔 수 있었던 그 순간, 가네코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찢어 버렸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내려 놓음으로서 자신을 지킬 수 있었으며, 자네코의 삶을 우리는 기억하게 된다.


이 책은 역사책이다. 자유주의자였던 박열, 그는 무정부주의자였으며, 스스로 자신을 사랑했다. 고국의 암울한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지식이 나라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게 된다. 글이 힘이 될 수 있고, 그 힘이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박열은 일본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가게 되었다. 후미짱이라 부르는 일본인. 후미짱은 가네코 후미코를 가리키는 애칭이었다. 아나키스트에 관심 가졌던 후미짱은 일본 유학생이 펴낸 잡지 <조선 청년>에 기재된 박열의 '개새끼' 를 읽고서 박열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움직여 나갔으며, 스스로 박열의 동지로서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하지만 운명은 두 사람 편이 아니었다. 어쩌면 두 사람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라를 잃었기에 살악갈 이유를 모른 채 살아가는 건 박열에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으며, 부끄러움과 비참함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그에겐 더 나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조센진의 일거수 일투족을 단속하는 일본인들에겐 관동 대지진은 그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조센진을 잡을 명분이 없었던 그들에게 약탈과 폭동의 이유가 일본인이 아닌 조선 유학생을 항하고 있었으며, 불똥은 조센진에게 떨어지고 말았다. 보호검속이라는 명분으로 체포되었던 박열과 가네코는 불령사 단원으로서 자신이 하려고 했던 일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걸 우리는 '불령사 대역사건'이라 부른다.


그건 두사람에게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살아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이 다정하게 찍힌 사진이 외부로 유출 되었으며, 언론과 여론과 정치에 악용되었다. 가네코의 임신은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있을 거라는 일본 언론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으며, 박열과 가네코에게 함부로 하기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그들은 두 사람은 형무소에 가두었지만, 죽일 수 없었던 것이다. 죽음으로 몰았다간 자칫 제2의 3.1운동이 발생할 수 있었다. 관동대지진으로 조선인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던 그 순간, 가네코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게 된다. 스스로 조선인의 분노의 불기둥에 심지에 심지가 되어 타오르게 되었고, 가네코가 박열을 동지로서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이 책에는 박열의 삶과 가네코의 삶이 교차된다. 3년간의 형무소 생활에서 가네코가 남긴 유품들, 가네코는 화장되었지만, 그들은 가네코의 유골을 돌려주지 않으려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네코의 유해는 조선에 돌아왔으며, 박열의 고향 문경에 안장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지역방송에 나왔던 다큐멘터리가 생각 났다. 1999년 안동MBC 에서 방영되었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숨어있는 사랑과 역사 이야기, 그 다큐멘터리의 시작은 박열의 고향 경북 문경에서 시작되었으며, 문경에서 마지막이 되었다.그리고 문경에는 박열의 자취가 남아있는, 가네코의 삶이 기록되어 있는 박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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