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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영어권 소설이나 미드를 보면 라틴어 수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라틴어는 우리에겐 생소한 언어이지만, 영어권 학생들에게도 어려운 언어였다. 복잡한 문법과 알파벳 사용,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지금까지 라틴어가 사용되는 건 가톨릭 교회에서 공식언어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라티어를 공부하면 영어권 나라의 문화와 관습, 법체계를 알 수 있으며,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한동일씨의 <그래도 꿈꿀 권리>를 읽게 된 건 그의 저서 <라틴어 수업>을 읽고 난 뒤였다.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 최초이자, 동아시아 최초의 대법원 로마 로마냐 변호사이며,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선서한 변호사이다. 그가 하는 일을 알려면 로타 로마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 곳은 전세계 천주교회의 민형사상 소송과 행정소원에 대한 통상적 재판권을 행사하는 바티칸의 대법원이다. 하급 법원의 결정과 상소심을 거치고도 해결되지 않는 사안을 심리하는 곳이며, 한동일씨는 이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변호사이다. 그는 2009년 첫번째 시험에서 떨어졌지만, 2010년 사법연수원 3년 과정을 수료한 40명 중에서 3명의 로마냐 변호사중 한사람이다. 그가 로마냐 변호사가 되었다는 건 라틴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와 같다. 아시아권에서 인도에 이어 두번째로 변호사가 된 그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가난한 집에서 막내로 태어난 한동일씨는 북에서 내려온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아버지의 별남에 대해 어릴 적 불평과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가르쳐준 성실과 정직, 약속을 지키는 건 잊지 않았다. 일찌감치 부모님에 의해 영어를 배웠고, 스스로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자신이 본 K형의 서재에 대해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집안 형편으로 인해 동산고에 입학했던 아이, 방황할 수 있는 그 순간에 자신을 되돌아 보았으며, 스스로 가야 할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1985년 10월 31일 명동 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에에 '사무엘'이라는 세례명을 얻게 되었으며, 그것이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믿기 위해서 알고, 알기 위해서 믿는다.(Ergo intrllege ut credas,crede ut intellegas) "
그의 삶을 보면 첫 시작은 남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부족했다. 꿈을 꾸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에게 꿈을 이루기 위한 디딤돌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시작하였고, 자신이 생각하는 길을 떠나게 된다. 서울을 떠나 '예수고난회'에 입학하였던 한동일씨. 그리고 그는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그의 도전과 모험은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서 간 것이다. 누군가에겐 기회가 찾아와도 그것을 의심하지만, 한동일씨는 그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갔다. 부족한 현실 속에서 자기 스스로를 내세울 줄 알았고, 아버지의 가르침이 한동일씨의 삶의 버팀목이 되었다. 집안의 막동이로 태어나 아버지에 대한 불평 불만은 스스로 바꿔 나갔으며, 부산교구의 도움으로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2000년 사제 서품을 받고 난 뒤 그가 한 기도는 '하느님, 저에게 여러개의 유럽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십시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하느님의 선한 뜻이 이루어지게 하는 도구가 되게 해 주십시오" 였다.
그가 유학길에 오른 것은 부산가톨릭대학교 예정출 신부님 덕택이었다. 로마에서 로마법을 공부하라는 권유는 유학길을 오르는데 용기가 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 유일한 한국인 학생이 되었다. 부산교구의 지원 속에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한동일씨는 처음 라틴어라는 큰 장벽에 부딛치게 되었다. 그는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였으며, 실수를 통해 자신이 가려는 방향을 개척하게 된다. 3년이상 걸리는 박사 과정을 10개월만에 마무리 지었던 그는 석박사 과정을 모두 '숨마 쿰 라우데' (Summa com Laue, 최우등 과정) 졸업하게 된다.여기서 석박사 졸업이후 그에게 또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오고 말았다. 마로니타 기숙사의 한나 알안 원장님께서 한동일씨에게 로타 로마나의 사법 연수원 입학 시험을 권유하게 된다. 그는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로마에 더 머물러 있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는 로타 로마나 사법 연수원 입학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다.
그렇게 책에는 사법 연수원 합격 이후 로타 로마냐에서 라틴어로 쓰여진 법전문을 해석하고, 판결문, 변론서를 작성하는 과정까지 스스로 공부하게 된다. 사법 연수원은 자신이 다녔던 석박사 과정과 달리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했으며,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부산교구의 지원이 끊김으로 인해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야 했던 그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으며, 다시 로마로 돌아가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의 인생을 보면 실패와 성공이 겹쳐져 있다,. 그안에는 우연과 필연도 같이 보인다. 더 나아가 실패하였다면,무모하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었다. 부산교구의 지원이 끊김으로서 절벽 위에 서있게 되었으며, 그것이 위기의 순간에 더욱 더 성장할 수 잇는 기회가 된다. 그의 성공은 또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될 수 있으며, 목표가 될 수 있다.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냐 변호사에 대해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 사람들은 한동일씨를 보면서, 또다른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권리와 명예, 그리고 특권을 누리며 로타 로마나와 사도좌 대심원에 제기된 모든 교회 소송을 수행할 자격이 그에게 주어진다. (eique licentia concedatur in causis quibusvis ecclesiasticis, quae coram Rota Romana et Signatura Apostolica aguntur, nec non fruendi omnibus iuribus, honoribus et privilegi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