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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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기 전 내가 사는 고장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강변 따라 사람들이 쉼터로 자주 이용하는 곳, 나에게 익숙한 곳에서 8월 5일 새벽에 누군가 목을 매 자살을 하고 말았다. 아직 자살인지 타살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망자의 장례식은 치루어졌으며, 그 사람이 누군지 어제 알게 되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그 사람과 나는 전혀 무관한 사람일수 있으며,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과 나는 분명 누군가에 의해 연결되고 있으며,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설 속에는 삶과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쓰여지고, 대수롭지 않게 나타나지만, 현실 속에서의 죽음과 삶은 다양한 이유로 나에게 불편한 감정과 기억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나 스스로 몸을 움츠리며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이 나와 전혀 무관한 듯 보여지지만 나에게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은 결코, 그것을 대수롭게 생각할 수 없다.


뜬금없이 자살과 타살에 대해 말하게 된 것은 소설가 황희께서 쓴 <부유하는 혼>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에 삶과 죽음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2010년 곽새기에게 죽은 이수인과 2015년에 일어나는 여러 주인공들의 모습은 서로 동떨어진 시간과 장소에서 서로 엮이게 된다. 일본에서 태어난 소설가 미야베 라이카는 고국을 배신하고 한국에 돌아와 살게 된다. 그럼으로서 일본에서 그녀의 작품은 모두 품절 절판 처리되고 말았다.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삶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겨가면서 치매걸린 노인이 되었다. 미야베 라이카에게는 자신의 딸 요코가 있으며, 소설 속에서 요코는 일러스트 작가 양희주로 나온다. 양희주의 마음 언저리에 남아있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은 치매걸린 란코에게 더 의지하게 되었으며, 소설가 엄마의 인세와 자신의 일러스트 표지 작품으로 겨우 겨우 먹고 사는 수준에서 풀칠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 강마루.강마루는 곽새기의 또다른 이름이며, 자신의 정체를 감춘채 양희주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는 5년전 이수인을 찾고 있었으며, 사라진 아이를 쫒아가고 있다. 모습은 감추었지만 떠도는 영혼은 누군가에게 숨어있었으며, 강마루가 양희주에게서 강주미,나영 자매를 찾아다니는 건, 소설가 미야베 라이카가 남겨놓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퍼즐이었다. 그 퍼즐은 양희주에게서 강주미를 찾아가기 위한 하나의 단서였으며, 다시 동욱의 몸 속에 들어간 상원의 혼으로 옮겨가게 된다.


하카루만 바라보는 란코, 란코는 시어머니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한편 미야베 라이카처럼 소설가가 되여 자신에게 놓여진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란코는 번번이 현실에 놓여진 덫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존재하는 고통스러운 갈등이 소설 속에 잘 묘사되고 있다. 아들을 위해 죽지 못해 살아가는 란코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 그 자체이다. 


이 소설은 바로 우리에게 놓여진 현실을 혼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통해 드러낸다. 불행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주인공들응 점점 더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심연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양희주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존재는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지만, 어머니가 부재한 뒤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고 스스로 그 모순된 상황에서 뛰어 나오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다., 곽새기와 사랑을 속삭이면서, 현실을 잠시 잊고 싶어하는 양희주의 모습이 소설 속에 리얼하게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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